권오창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위원(왼쪽)이 박재연 메디오스 대표이사와 컬러렌즈 인쇄 공정에서 색상과 인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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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컬러 콘택트렌즈 한 달 출하량이 600만개를 넘었습니다. 연말이면 월 1000만개 생산도 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던 회사가 스마트공장 전환을 기점으로 '대혁신'을 이룬 겁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메디오스 본사에서 만난 박재연 대표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전환 효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머물던 회사가 '다품종 대량생산'이라는 컬러렌즈 업계의 '꿈'에 성큼 다가섰다는 표현이다.
메디오스는 1000여 가지에 이르는 색상으로 컬러 콘택트렌즈를 주문받아 제조한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한국이 전 세계 콘택트렌즈 시장을 주름잡던 2016년까지만 해도 컬러 콘택트렌즈 분야 선두 주자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업계 3~4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만의 1위 업체를 위시한 해외 경쟁사가 대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자 상황이 뒤바뀌고 말았다. 국내 업체 대부분이 다품종 소량생산에 멈춰 있을 때 소품종 대량생산에 주력해온 해외 경쟁사들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것이다.
이들 기업의 전략은 일반 클리어렌즈에 주력하면서 컬러렌즈는 10종 내외 소품종에만 집중하는 방향이었다. 이 때문에 메디오스를 포함한 한국 업체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으로 급감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점유율 또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컬러렌즈 위기론'도 고조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위기에 불을 지폈다. 콘택트렌즈를 유통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하나둘 문을 닫고, 중국에서 온 관광객이 떠나자 매출에 치명타를 맞았다. 한 달 매출이 10억원 미만으로 떨어지며 회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메디오스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삼성 스마트공장의 문을 두드린 이유다.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센터와 메디오스 간 첫 만남은 지난 1월 2일 이뤄졌다. 삼성에서 보낸 제조전문가 8명과 메디오스 실무진 8명이 매일 만나 공정을 실사하고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발굴해낸 해결 과제만 92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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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던 우리로서는 다품종 대량생산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컬러 콘택트렌즈 생산량 월 1500만개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작년 말까지 생산량 300만개라는 허들을 넘었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그래서 삼성의 도움이 절실했다"고 털어놨다.
가장 시급한 것은 생산공정 효율화였다. 당장 월 300만개에서 600만개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작업을 서둘러 시작했다. 복합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회전형 실링기를 도입했고, 4열 동시 생산이 가능한 인쇄기 등을 들여왔다. 한 번에 렌즈 용기 12개를 찍어내던 금형도 기존 틀에서 24개를 찍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박 대표는 "삼성 측 도움으로 12개씩 찍어내는 금형 2개를 합쳐 한 번에 24개씩 찍어낼 수 있게 됐다"며 "사출기를 새로 들이지 않으면서도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품질의 균질성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공장 창고의 여유 면적도 크게 넓혔다. 세척공정을 재배치하고 물품 적재 효율화를 위해 슬라이드랙 등을 구비했다.
덕분에 기존 258평(약 853㎡)이었던 창고의 유휴 공간이 651평(약 2152㎡)으로 넓어졌다. 공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이동 동선이 짧아져 이리저리 오가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재고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재고관리 실시간 시스템'도 가동했다. 악성 재고를 없애 재료비를 줄여보자는 차원이었다. 이를 통해 실제 재고 정확도가 12%가량 높아졌고 각 공정에 필요한 작업기구 300여 개 또한 자체 제작해 직원들의 작업 편의성이 극대화됐다.
권오창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위원은 "개선 후에도 매주 메디오스 대표와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직원들이 만나 혁신 활동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디오스는 컬러 콘택트렌즈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패션과 미용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해외로 가는 유통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올 상반기 월 생산량 600만개의 허들을 넘긴 데 이어 연말이면 1000만개 돌파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컬러렌즈 업계의 '꿈'이던 월 1500만개 대량생산 고지도 달성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이전에는 보통 5~6주, 이르면 4주 이내로 납품이 가능했으나 요새는 주문이 밀려들어 납기를 맞추기도 어려울 정도"라며 "국내 1위 콘택트렌즈 유통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홍콩과 상하이 가운데 한 축을 우리가 담당해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오스는 지난해 매출 138억원을 거뒀다. 올해 270억원을 기록하고 내년에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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