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2년에 한 번 국가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 검진에는 시력검사도 포함돼 있다. 검사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정한 거리에서 시력검사판을 보고 모양이나 방향, 숫자를 맞히면 된다. 그런데 이 시력검사만으로 내 눈의 상태를 정확히 체크할 수 있을까.
물론 시력이 높을수록 눈이 건강할 확률은 높다. 그러나 시력검사는 단지 현재의 시력 정도만을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눈 안쪽(안저)의 건강 상태다. 우리가 실제로 무엇인가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망막과 황반, 시신경 등 중요 조직은 모두 눈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안 정밀검사’가 필수다. 보통 60가지 수준의 검사 항목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필자의 경우 검사 항목을 최대 75가지 수준까지 늘려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안 정밀검사를 진행하게 되면 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로소 맞춤 케어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안 정밀검사를 통해 평소 모르고 방치했던 눈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케이스가 계속 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40세 중년 이후부터는 매년 한 번씩은 안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추천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전신 혈관에 영향을 주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혈압·혈당이 높으면 망막의 작은 혈관이 딱딱하게 굳고 시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변성을 유발해 시력이 서서히 나빠지고, 고지혈증으로 혈관 내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되면 눈 망막 혈관의 혈액순환이 불량해져 보는 힘마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단순 노안으로 생각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후천적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눈 질환이다.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녹내장 같은 치명도 높은 실명 질환은 완치조차 어려워 조기 발견이 대단히 중요하다. 대한안과학회에서도 눈에 이상이 없더라도 연 1회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시력 변화를 모니터링할 것을 권하고 있을 정도다. 아직 잘 보인다고 안과 검진을 미루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까지도 “아직 잘 보이는데 안 정밀검사를 왜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이가 적지 않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한 번 나빠진 시력은 치료해도 이전만큼 건강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약 일상에서 시력적인 불편감을 느꼈을 때 병원을 찾았다면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과 검진으로 가능한 빠르게 발견해 치료하면서 시력을 지켜내야 한다.
정말 눈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루테인·지아잔틴 같은 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만 챙길 것이 아니라, 1년에 한 번 시간을 투자해 ‘안 정밀검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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