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서울 동작구 기상청을 찾아 태풍 ‘카눈’ 상륙에 대비한 상황을 점검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년 4·10 제 22대 총선을 8개월가량 앞두고 여야가 ‘수도권 위기론’으로 뒤숭숭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수도권 전멸론’ ‘서울 위기론’ 같은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은 21대 총선 기준 지역구 253석 중 절반가량인 121석이 걸린 데다 서울(49석)·경기(59석)·인천(13석)의 여론이 다 다르다. 게다가 이슈에 민감한 수도권 특성상 돌발 악재에 따라선 판세가 막판에도 뒤집힐 수 있다.
8월 첫 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지표조사(NBS)의 경우 서울에선 국민의힘이 34%로 21%를 얻은 민주당을 13%포인트 차로 정당지지도에서 크게 앞섰다. 인천·경기는 국민의힘 31%, 민주당 26%로 격차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서울은 국민의힘 38%, 민주당 29%로 여당이 앞서지만, 인천·경기는 민주당이 33%로 국민의힘(26%)을 앞서는 등 여전히 안갯속 판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주원 기자 |
여당인 국민의힘으로선 거대 야당에 막혀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동안 주요 국정과제 입법은 한 건도 못 한 상황에서 수도권 과반 달성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신평 변호사가 지난 3일 “국민의힘 자체 여론조사에서 수도권에서는 거의 전멸하는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고 ‘수도권 전멸론’을 꺼내자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윤희석 대변인은 8일 “수도권 상황이 절대 낙관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 입장에선 수도권 상황이 2020년 21대 총선 결과 민주당 의석수가 103석으로 국민의힘(16석)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2012년 19대 총선 새누리당 43석 대 민주통합당 65석(4 대 6),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35석, 민주당 82석(3 대 7)에서 21대는 ‘2 대 8’로 벌어졌다.
3차례 거듭된 패배에 여권 수도권 조직은 상당 부분 와해됐다. 서울의 한 당협위원장은 “올해 1월 당협위원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지역에 조직이랄 것이 없더라”며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고 할 정도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을 통해 조직·자금력을 갖추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에 내보낼 인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여권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곳은 29개(서울 12개, 경기 14개, 인천 3개)에 달한다. 지난달 말 이 중 26개(서울 3개 제외) 당협위원장을 공모했는데 김성태 전 의원(강서을), 이용호 의원(마포갑), 오신환 전 의원(광진을) 등 전·현직 의원을 제외하곤 “경쟁력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같은 전국구 스타가 수도권에 나와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한동훈 등판론’도 계속 나온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3040세대가 대거 경기도로 빠져나간 점도 주목한다. 송석준 국민의힘 경기도당위원장은 “3040세대에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편인데 상당수가 화성, 남양주 등으로 이사했다”며 “지금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반면에 수도권에서 3연승한 민주당 역시 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졌다. 호남을 바탕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다수를 얻어 1당을 차지해온 ‘총선 승리 방정식’이 깨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서울은 지난주 NBS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이 21%까지 추락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패배 직후 NBS 조사(지난해 8월 8~10일·30%)보다 9%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총선을 치르면 강남·서초뿐 아니라 서울 전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현장에선 서울이 부산과 엇비슷해졌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지도부는 심각성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서울 열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유권자 지형이 달라진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2022년 3·9 대선, 6·1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한 게 주력 지지층인 30대 월급쟁이 상당수가 아파트값 때문에 경기도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렇다고 경기도가 안전지대인 건 아니다.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지사는 김은혜 후보를 상대로 접전 끝에 0.15%포인트 차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수도권 하락세 원인을 2030세대에서 찾는다. 최진 경기대 교수는 “서울·수도권 민심은 곧 중도층 민심이고, 중도층을 견인하는 건 2030세대”라고 말했다. NBS 조사에서 20대와 3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1년간 32%→20%, 34%→21%로 하락했고, 무당층은 20대 38%→55%, 30대 28%→52%로 급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30세대 위주로 구성된 지금 무당층은 탈정치·탈투표 성향이 뚜렷하다”며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혁신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무당층을 끌어안을 순 없다”고 말했다.
김효성·정용환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