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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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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 유조선 드론 타격 … 흑해로 전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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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4일(현지시간)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 남쪽에서 우크라이나의 원격 조종 자폭 무인정(드론 보트)이 러시아 유조선 SIG호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드론 접근 영상은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한 소식통이 공유한 것으로 출처는 불분명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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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가 우크라이나의 원격 조종 자폭 무인정(드론 보트) 공격을 받자 국제 곡물·원유가격이 들썩였다. 수출 거점 역할을 하는 여러 항구를 둘러싼 공습이 잦아진 가운데 흑해 일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3일 우크라이나군 해상 드론이 러시아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 내 러시아 해군기지를 공격해 러시아 군함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무려 400마일(약 640㎞) 거리인 노보로시스크까지 드론 보트를 보내 기습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3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보트를 격퇴했다며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날 공격으로 러시아 함대 상륙함인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를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CNN과 영국 BBC 역시 노보로시스크항 인근에서 이 상륙함이 좌현으로 심하게 기운 채 항구로 예인되는 영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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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로시스크항은 이날 드론 공격으로 몇 시간 동안 폐쇄됐다. 군사시설에 대한 타격이 민간시설 마비로 이어진 것으로 이는 개전 이래 군사적 충돌에 따라 주요 선적 항구 운영이 중단된 첫 번째 사례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해상 드론 공격은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한 이후 흑해와 다뉴브강 일대 우크라이나 곡물항을 잇달아 공습한 데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양국이 수출과 밀접히 연관된 항구를 공격해 서로 물자 수출을 방해하는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노보로시스크는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로 러시아의 석유·곡물 수출 허브다. 러시아 해상 무역 중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최고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주요 곡물 선적지로 꼽힌다.

원유 수출항이기도 한 이곳에서 수출되는 러시아·카자흐스탄 원유는 하루 평균 약 180만배럴로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5%에 달한다. 특히 셰브론과 엑손모빌 등이 생산하는 카자흐스탄산 원유는 하루 150만배럴이 노보로시스크를 통해 수출되고 있으며 대부분 아시아권 정유업체가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일회성 공격에 따른 파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빅토르 쿠릴로프 라이스타드에너지 수석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군사시설(상륙함)을 공격했지만 동맹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아직 민간 인프라스트럭처를 공격하지 않았다"며 "현재 공급이 중단될 위험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공격이 지속되면 국제 곡물·원유가격에 변동성을 초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블룸버그는 "이 사건은 흑해에서 곡물·원자재 수출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 소속 카를로스 메라 애널리스트도 "노보로시스크에 대한 이번 공격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항구나 수출 인프라에 추가로 타격을 입힐 위험은 변동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보로시스크 습격이 감행된 이날 밀 선물가격은 장중 2.75% 상승한 부셸당 6.44달러로 뛰어올랐다. 같은 날 브렌트유는 장중 0.6% 오른 배럴당 85.65달러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보로시스크항 공격이 단행된 지 하루 만인 4일에는 이 항구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유조선 SIG호가 우크라이나군의 해상 드론 습격을 받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는 로이터에 "폭발물 450㎏을 적재한 드론 보트가 우크라이나 영해에서 러시아 군용 연료를 수송하던 SIG호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 유조선은 타격을 받았지만 침몰하지는 않았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이 흑해를 둘러싼 수출 거점을 놓고 공격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흑해 일대가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은 5일 성명을 통해 "아나파·노보로시스크 등 러시아 흑해 항구 6곳이 '전쟁 위험 지역'에 속한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이들 항구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렸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가장 중요한 석유와 연료 수송 선박을 목표로 삼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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