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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수·소·문] 멤버마다 한 브랜드씩… K팝 아이돌의 '명품 앰배서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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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구찌, 인간 디올... 개인·명품 브랜드 가치 함께 올라
앰배서더 선정도 '빈익빈 부익부'... '급' 나누는 경쟁 과열

편집자주

‘수ㆍ소ㆍ문’은 ‘수상하고 소소한 문화 뒷 얘기’의 줄임 말로 우리가 외면하거나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문화계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한국일보

샤넬 앰배서더인 뉴진스 멤버 민지(왼쪽부터), 버버리 앰배서더인 다니엘, 디올 앰배서더인 해린. 이들은 앰배서더 활동의 일환으로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고 패션 잡지와 화보를 찍었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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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구찌, 인간 생로랑, 인간 디올···.

명품 앰배서더로 선정된 스타와 그 명품의 이미지가 찰떡같이 어울릴 때 붙는 별명입니다. 이미 각종 기사의 헤드라인과 홍보용 콘텐츠에서 수년째 널리 쓰여온 표현이죠.

명품 앰배서더로 선정되는 K팝 아이돌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룹 뉴진스는 데뷔 4개월 만에 구찌 앰배서더가 된 멤버 하니를 시작으로 멤버 5명 전부가 명품 앰배서더로 지정됐어요(하니-구찌, 민지-샤넬, 다니엘-버버리, 혜인-루이뷔통, 해린-디올). 도대체 앰배서더가 뭐길래 K팝 아이돌 시장을 점령한 것일까요?

‘인간 샤넬’ 제니… 광고 모델 그 이상의 파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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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칼 라거펠트: 라인 오브 뷰티'를 테마로 열린 세계 최대 패션 자선 행사 '멧 갈라'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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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광고 모델이 특정 제품에 대한 판매를 촉진한다면, 앰배서더는 일상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대중 앞에 노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더 쉽게 말하면 브랜드의 간판 얼굴이 되는 것이죠. 광고 계약만큼 앰배서더를 대가로 받는 금액 자체가 큰 건 아니라고 해요. 하지만 해외 스타들이 모여드는 브랜드 공식 행사에 초청되거나 신제품을 협찬받는 식으로 영향력을 입증합니다.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도 K팝 스타의 명성을 빌릴 수 있으니 '윈윈'이죠.

특히 앰배서더로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굳힌 스타의 가치는 급격히 높아집니다. 샤넬 앰배서더인 블랙핑크의 제니가 대표적인데요. 샤넬 특유의 트렌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잘 어울려 ‘인간 샤넬’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세계 최대 패션 자선 행사 '멧 갈라'에 처음으로 참석해 샤넬 1990 F/W 컬렉션을 재해석한 빈티지 패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죠. 같은 그룹인 지수 역시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의 디올을 대표하는 앰배서더로서 ‘인간 디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업계 경쟁, 앰배서더 계급 구분… 과열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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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루이뷔통의 새로운 하우스 앰배서더로 발탁된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단색의 테일러드룩을 입고 루이뷔통의 키폴 가방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루이뷔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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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니 K팝 업계에서는 아이돌 멤버를 단 한 명이라도 명품 앰배서더로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유명 브랜드 앰배서더 자리는 대형 기획사 소속 스타 아이돌이 모두 선점하게 되고 다른 아이돌은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앰배서더 시장조차 ‘빈익빈 부익부’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중소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업계에선 명품 앰배서더가 인지도를 한순간에 올릴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치트키’(게임 용어로 탁월한 결과를 순식간에 가져다주는 전략이나 방법이라는 의미로 쓰인다)로 여겨진다”면서도 “대형 기획사에만 기회가 주어지다 보니 남는 브랜드가 없어 경쟁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털어놨습니다.

K문화 영향력이 커진 요즘은 한 브랜드 안에서도 한국인 앰배서더 다수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루이뷔통의 경우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 뉴진스 멤버 혜인, 배우 배두나, 정호연, 송중기를 앰배서더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샤넬, 디올 등도 분야·활동 범위에 따라 다양한 K팝 스타 앰배서더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동일 브랜드 내 앰배서더가 많아지면서 ‘진짜 영향력 있는 앰배서더’를 가려내려는 팬덤 간 견제 또한 심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에는 글로벌 앰배서더와 로컬(국내) 앰배서더를 구분한 뒤 로컬 앰배서더를 깎아내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디올의 패션·주얼리·뷰티 분야 앰배서더로 발탁된 뉴진스 해린처럼 세부 분야의 앰배서더로 선정될 경우, 각 분야를 얼마나 더 많이 담당하게 됐는지 개수를 따져 비교하기도 합니다.

점점 과열되는 앰배서더 경쟁 시장. 그로 인해 앰배서더 내에서도 ‘급’을 나누는 풍조까지. '인간 구찌’, ‘인간 디올'에 대한 환호와 선망이 지금처럼 순기능만 낳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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