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50대 김 모씨는 2001년 사업을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회사 A사를 설립했다. A사의 대표이사는 김씨의 배우자이고, A사 지분은 김씨가 100% 소유하고 있다. 이들 부부 외 다른 이사나 감사는 없는 전형적인 가족 법인이다. 그러던 중 김씨는 2015년 임의경매로 나온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를 A사 법인 명의로 낙찰 받았다.
김씨가 법인 명의로 주택을 취득하게 된 건 가족이 이곳에 실거주하는 것과 함께 법인 본점 사무실도 이곳에 등재하기 위해서였다. 김씨 부부는 경낙대금 마련을 위해 당시 보유하고 있던 주택도 처분했다. 그 결과 김씨 부부는 개인 소유는 없는 무주택자가 됐다.
문제는 2020년 법인에 대한 부동산 세제가 강화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며 법인 설립을 통한 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정부는 6·17부동산 대책을 통해 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 종부세율이 인상돼 개인 세율 중 최고 세율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또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한 종부세 공제(6억원)도 폐지됐다. 이 같은 규제는 2021년 종합부동산세 과세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김씨처럼 규제 시행 전 법인이 취득한 주택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되기 시작한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공시가도 오르며 김씨가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20년 김씨에게 부과된 종부세는 약 145만원이었지만 2021년엔 4198만원, 2022년엔 3187만원으로 세금 부담이 20배 이상 뛰었다.
부과된 종부세는 김씨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세액이었다. 김씨는 "종부세 납부를 위해 빚을 내서 분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 보유한 법인 소유 1주택자에 대해 정부가 세금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공시가격이 2020년 수준으로 낮아져 부과액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법인에 대한 강화된 종부세 부과 기준은 그대로여서 김씨의 부담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종부세 부과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아직 법인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개편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에 대해 종부세 부담을 강화한 건 과거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쪼개 보유해 세금 부담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에 대한 현행 종부세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법인을 통해 1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공제를 배제하는 등 예외규정을 두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은상 세무사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하지도 않고, 집값 폭등과도 무관하다"며 "소급과세 금지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 부당한 입법의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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