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이후 구속시도 3전3패···그치지 않는 수사력 논란

고위공직자범죄사수처. 공수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호 인지’ 사건 피의자인 고위 경찰 간부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출범 이후 청구한 3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이다. 구속·체포 0명. 2021년 1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공수처의 초라한 성적표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김 경무관이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하고, 김모씨가 향후 형사사건 등에서 김 경무관으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해 돈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공수처가 주장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수수의 명목이 알선과 관련된 것이어야 하는데 뇌물수수와 알선 사이의 관련성과 증거가 부족해보인다”고 했다. 특히 김씨가 김 경무관 친오빠 등 타인에게 보낸 돈과 관련해 현단계에선 김 경무관과의 관련성과 증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자체적으로 인지해 수사에 나선 1호 사건이다. ‘고발사주’ 수사 때 잇따라 체포·구속영장을 기각당해 ‘아마추어 공수처’라는 비판을 받은 공수처는 이번 수사를 검찰 출신인 김선규 수사2부장과 송창진 수사3부장에게 일임했다. 수사력 논란을 불식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전날 구속영장 기각으로 도리어 구속영장 청구 ‘3전3패’라는 꼬리표를 남긴 것이다.

더구나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본건 수사가 잘 풀리지 않자 별건으로 청구한 것이다. 별건수사로 본건 수사의 활로를 찾겠다는 시도가 일단 불발에 그친 것이다. 공수처는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