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선거법' 입법 공백 첫날
서울 강서구 현수막은 눈치싸움
주민들 "자극적 현수막 불편…깨끗히 치우면 좋겠다"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일대 횡단보도에 걸린 정당 관련 현수막의 모습. [사진=류태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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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9호선 가양역 일대는 10개가량의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회의 ‘입법 공백’ 사태로 이날부터 선거법상 현수막·벽보·인쇄물 금지 조항들이 효력을 잃어 현수막 난립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자극적인 문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당이 내건 현수막에는 ‘수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쓰여 있었고, 민주당에서는 ‘빚 걱정 없는 대한민국 더불어민주당이 만들겠다’, ‘갑시다! 35조 민생추경’ 등 정책 관련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대부분 자리했다.
하지만 일부 소수정당의 비판 현수막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마곡동에 거주하는 이모(44세)씨는 “선거 관련 현수막이 자극적인 내용들로 가득해서 불편했던 적이 꽤 있었다”라며 “이제는 거리가 깔끔해지도록 이런 현수막들을 좀 치우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아직까지 정당들이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향후 선거와 관련된 현수막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여야, 이견 좁히지 못해 개정안 처리 무산…선거 현수막 ‘입법 공백’ 상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선거법의 관련 조항들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7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시한을 정했다. 선거 180일 전부터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 금지하는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입법 공백 상태에 이르자 선거법의 관련 조항들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나 언제든지 선거 현수막을 내걸고 유인물을 뿌릴 수 있게 됐다. 법사위는 지난달 17일과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에 나섰지만 의원 간 이견 등으로 관련법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것이다.
특히 강서구는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현수막 난립에 대한 우려가 큰 지역이다.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전에 치러지는 유일한 수도권 재보선인만큼 강서구를 두고 여야가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서울 강서구는 현역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인 야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13명에 달하는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이던 김태호 강서구청장의 유죄 판결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여권에서 아직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선거법 공백 신경전…野 "국힘 책임" vs 與 "거짓 주장"
이날 여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불발로 인한 입법 공백 사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입법 공백은 전적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과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마치 여야 모두의 책임인 것처럼 본질을 흐리는 국민의힘의 뻔뻔함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라며 “여야 이견이 없는 부분이라도 통과시키자는 민주당의 간곡한 제안 또한 무시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그 책임을 질 시간”이라며 “공직선거법 공백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되는 이 중차대한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국민의힘에게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8월 중 공직선거법 개정과 김 위원장의 전횡 중단 등도 요구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헌재가 위헌판결한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을 개정 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과연 민주당의 주장대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책임이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에 있는지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반박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입법 공백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개정은 처리되지 못했지만, 해당 조항이 실효되더라도 다른 규제 조항들이 있어 무분별한 선거운동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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