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사진)이 스스로 내년 총선 때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혁 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그가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31일 유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자유롭게 비판할 건 비판하고 제발 잘하시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고, 그런 게 워낙 찍혀서 저한테 공천을 주겠느냐"며 "공천을 구걸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유 전 의원은 다만 "정치가 잘돼야 나라가 잘되는데 정치가 잘된다는 거는 결국 정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똑바른 정신을 가지고 하느냐는 것"이라며 "사람을 바꾸는 게 바로 대통령선거고 총선"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께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배를 받는 국민의힘, 이 양극단의 사생결단식 비생산적인 정치에 대해 정말 실망하신다면 이번(내년) 총선이 사람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라며 "제가 백지상태에서 고민한다는 건 미약하지만 제가 우리 정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 거기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석하기에 따라 양당 정치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고, 이를 바꾸기 위해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유 전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가 무너질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의 중심축이 됐고 이후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아 바른미래당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실제로 유 전 의원이 창당을 하긴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양극화가 심화돼 있는 데다 지역적 기반 없이 제3당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이란 것이다.
게다가 당내에서도 이준석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내년 총선에서 확장성을 가지려면 이들을 쳐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그는 지난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라고 쓴소리하기도 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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