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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언제든 갈아 끼우는 부품 신세”…쿠팡 노동자들이 혹서기 파업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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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폭염 노동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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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서는 늘 여름이 두렵습니다. 현장에서 에어컨은 꿈도 못 꾸고 선풍기마저 고장 나 노동자가 사비를 들여 선풍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의 개선요구에도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최효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 인천분회장(31)은 31일 통화에서 파업에 나선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8월1일 하루 파업에 나선다. 2021년 설립된 쿠팡노조의 첫 파업이다.

지난해 쿠팡노조 인천분회는 지역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1300명의 서명을 모아 쿠팡에 폭염 시 휴게시간 보장 등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으로 물류센터 노동자도 실내노동자와 같이 휴게시간 규칙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개정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매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매시간 15분 휴게시간을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인천 4물류센터 앞에서 지난 26일부터 농성 중인 최 분회장은 “노조 설립 후 지난 2년간 휴게시간과 냉방시설을 요구했으나 달라진 게 없다”며 “오히려 현장에서 피케팅 활동 등을 하면 업무방해로 간주하고 교섭을 중단하는 등 사측과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올해에만 4~5차례 교섭 중단을 알리는 서면통지서를 받았다.

노조원들은 오후 1시와 오후 9시에 물류센터 내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 28일 오후 1시에는 실내 체감온도가 35도에 육박했다고 한다. 최씨는 “폭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다른 물류센터도 마찬가지다. 과거 덕평 물류센터에서는 매년 산소 부족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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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소속 노동자들이 다음달 1일 파업을 독려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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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칠곡 물류센터 상황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은 천정에 붙은 대형 송풍기와 산업용 공기순환기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 사측은 냉방장치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노동자들은 사측이 측정한 실내 온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창율 쿠팡노조 칠곡분회장(58)은 “노조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체감온도 계산식으로 온도를 재는데, 사측은 온도 측정 기준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사측이 잰 온도는 노조가 재는 것보다 조금씩 낮게 나온다”며 “사측이 노동자를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동탄 물류센터는 올여름 일부 층에 에어컨이 설치됐지만 노동자들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다 . 정동헌 쿠팡노조 동탄분회장은 “작업 라인 위로만 에어컨이 설치돼 노동자들이 머리만 시원하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휴게시간도 언감생심이다. 정 분회장은 고용노동부에 쿠팡의 휴게시간 미준수 실태를 고발했다가 “휴게시간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가이드라인 수준이 아닌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해 제일 더운 1일에 하루 파업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하루 파업을 마친 뒤 2일부터 연가·병가·결근 등 준법투쟁을 하며 쿠팡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측은 “주기적으로 온·습도를 측정해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며 “각종 냉방·환기 장치를 운영하고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다각적 조치를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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