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전체 성장기에 걸쳐 항상 똑같은 속도로 자라는 아이는 없다. 키는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도, 늦어도 문제가 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5~7㎝ 정도 자라는 것이 적당하다. 이보다 더 빠르면 성조숙증을, 키 성장이 더디면 성장 부진을 의심해야 한다. 현재는 또래와 비슷하거나 크더라도 어느 순간 키 성장이 뒤처질 수 있다. 자녀의 키 성장과 관련한 정보를 오해와 진실로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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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는 초경 2년 이내에 키 성장이 멈춘다 (O)
사실이다. 키는 성장판이 열려 있을 동안에만 자란다. 키 성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피는 것도 뼈 나이다. 그런데 2차 성징이 시작되면 뼈의 성숙도가 높아져 마지막 급성장기를 보내고 성장판이 닫힌다. 2차 성징이 빠를수록 성장판이 닫히는 시점이 빨라져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초경은 뼈 나이를 기준으로 12세6개월에서 13세 사이에 시작한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진순(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 교수는 “여아의 경우 초경 이후엔 키 성장 잠재력이 거의 사라진 상태로 뼈 나이 14세부터는 키가 거의 자라지 않고 성장이 멈춘다”고 말했다. 결국 성인이 됐을 때 또래보다 최종 키가 작을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는 6개월마다 한 번씩 키 성장 속도, 2차 성징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살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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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누구나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 (X)
아니다.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모경 교수는 “단순히 또래와 비교해 키 성장이 더디다고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시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임신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났을 때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 ^터너증후군 등의 원인으로 병적 저신장일 때 고려한다. 같은 연령·성별의 또래와 비교해 별다른 이유 없이 키 순서가 100명 중 3번째 이내인 특발성 저신장이나 성조숙증으로 최종 키의 손실이 우려될 때도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가 가능하다.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가 자녀의 복부나 양팔, 엉덩이, 허벅지 등 피하 부위에 주사한다.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는 어릴 때부터 투약 주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한 경우 성장 효과가 좋다. 단, 이미 성장판이 닫혔다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의 효과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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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1년 만에 키가 10㎝ 이상 자란다 (X)
대표적인 오해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고 작았던 키가 순간적으로 자라지 않는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 꾸준히 치료하면 성인이 됐을 때 예상 최종 키를 평균 5㎝ 정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의 개인별 효과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시작한 첫해 가장 잘 자란다. 특발성 저신장의 경우 약 4~7년 치료를 유지하면 성인이 됐을 때 3.5~7.5㎝가량 더 자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강남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채현욱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받더라도 꾸준한 운동, 바른 영양 섭취, 숙면 등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키 성장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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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는 키 성장을 방해하는 성조숙증에 취약하다 (O)
그렇다. 여아는 남아보다 성조숙증이 5~10배 많다. 성조숙증 여아의 90% 이상은 별다른 원인 없이 성조숙증이 조기에 발현한다. 키를 키우는 성장 치료는 저신장을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진혜영 교수는 “여아는 8세 이전에 가슴 몽우리가 잡히고,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진다면 성조숙증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춘기가 더 진행하면 음모가 발달하고, 키가 빠르게 크고, 초경을 하는 등 신체 변화가 나타난 후 키 성장이 멈춘다. 성조숙증도 일찍 치료해야 키 성장 효과가 높다. 여아는 9세 이전, 남아는 10세 이전까지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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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주사가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O)
비만, 당뇨병 가족력, 내당능 장애 등 당뇨병 위험 인자가 있을 때다. 성장호르몬은 당뇨 형성 작용으로 고혈당을 유발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매우 드물게 2형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채현욱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하고 있는데 당뇨병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포도당 수치 등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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