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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웃돈 美 성장률...경제지표들 살펴보니
2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연율 2.4%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2.0%)는 물론, 시장 전망치(2.0)도 상회하는 수치다. 2분기 성장률은 소비자 지출 증가와 연방·주 정부 지출 증가가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도 미국 소비자들이 계속 지갑을 열면서 경제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1.6% 증가했다. 비주거용 고정 투자 역시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루빌라 파루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통화정책 기조가 제약적임에도 성장세가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도 재확인됐다. 2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6% 상승해 1분기(4.1%)는 물론 시장 전망치(3.2%)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다시 소비 지출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개펜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우리 모두를 겁먹게 했던 것들이 다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다음날 공개되는 6월 근원 PCE 가격지수 역시 전년 대비 4.2% 올라 직전 달(4.6%)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지난해 초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 사이클에 돌입했을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는 올해 중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통상 중앙은행의 고강도 금리인상은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Fed가 1년여만에 금리를 무려 5%포인트 이상 끌어올렸음에도 최근 지표들은 미 경제의 강한 회복력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실업지표 역시 강력한 노동시장을 재확인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16~22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7000건 줄어든 22만1000건을 기록했다. 3주 연속 감소세이자, 올해 2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소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전주 대비 5만9000건 줄어든 169만건으로,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처럼 탄탄한 노동시장은 여전히 경제를 지원하는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같은날 6월 내구재 수주도 4개월 연속 증가했다. 6월 내구재 수주는 전월 대비 4.7% 증가해 기존 예상치(1.5%)를 크게 웃돌았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
커지는 연착륙 기대감...파월도 "침체 예상하지 않아"
당초 침체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시장에서도 연착륙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지표들은 전날 추가 금리인상에 나선 Fed가 ‘경제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경제 자신감을 드러낸 것과도 부합한다. 파월 의장은 전날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더는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그간 연내 완만한(mild)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이달 FOMC에서는 이러한 전망 자체가 삭제됐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에게서도 변화의 흐름이 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중반부터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경제학자들이 이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2개월 내 침체 가능성을 기존 25%에서 20%까지 낮췄고, 도이체 방크는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AC커트앤어소시에이트의 에이미 크루 커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험한 코너를 돌았다"며 "경기침체에 크게 무게를 두는 대신 침체와 침체가 오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미 의회예산국(CBO)은 금리 인상과 실업률 상승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BO는 미국의 GDP가 올 하반기 0.4% 성장하고 내년과 이듬해까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점으로 꼽혀온 초과저축 고갈 등도 침체를 일으킬 정도로 소비지출을 꺾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통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8%로 상향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들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Fed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안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GDP 성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자 하는 Fed의 노력에 맞서는 경제력을 반영한다"며 "올해 예상됐던 경기침체가 지연된다면 Fed는 결국 현재보다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에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추세 이하의 저성장과 노동시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재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제가 너무 좋다면 Fed는 금리를 더 올려야만 할 것"이라며 "Fed의 의도는 경기침체가 아닌, 경제를 추세 이하의 성장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성장세가 강해질수록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현재 시장에는 Fed가 연내 추가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가량 반영하고 있다. 12월까지 현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도 60% 이상이다.
"확실히 침체 피했다는 뜻 아냐" 우려도
여전히 침체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확인된다. 전문가들은 누적된 긴축 정책이 지표로 드러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소비자들이 축적한 초과 저축이 고갈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하반기 성장 속도가 점점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통상 경기침체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1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적인 시그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지표들이 미국이 경기침체를 확실하게 피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면서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경제는 계속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연착륙 낙관주의(Soft Landing Optimism)'로 정의하며 과거 이러한 낙관주의가 침체로 이어졌던 사례들을 지적했다. TD 시큐리티의 제나디 골드베르그 전략가는 "2007년, 2000년, 1990년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기 직전까지 연착륙 전망이 지배적이었다"고 불확실성을 꼬집었다. 소시에테 제너럴의 수바드라 라자파 금리전략 책임자는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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