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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승진 후 수직 추락…中외교부, 친강 기록도 싹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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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월 친강 중국 전 외교부장이 한 포럼장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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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장에서 면직된 면직된 친강(秦剛·57)의 부총리급인 국무위원 직함은 그대로 유지해 향후 진퇴 및 배경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친강의 국무위원직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더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중국 관영 신화사는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4차 회의에서 친강이 ‘겸임하는’ 외교부장 직무를 표결로 결정하고, 왕이를 외교부 부장에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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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 사이트 역대 외교부장 페이지에 친강 전 부장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외교부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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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춰 중국 외교부는 공식 사이트 메인 페이지와 부장 페이지의 친강 관련 사항을 모두 삭제했다. 부장 페이지에는 “정보 갱신 중”이라는 안내문만 표기했다. 검색란에 친강을 검색하면 “관련 데이터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표기되고 있다.

역대 외교부장을 소개한 페이지 역시 “양제츠→왕이→친강→왕이”가 아닌 “양제츠→왕이”로 처리했다. 지난 7개월간 외교부장을 역임했던 친강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로 취급한 것이다.

친강 관련 정보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 마오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사이트의 정보는 관련 관리 규정에 따라 갱신한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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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2일 왕이 중국 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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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친강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정부) 공식 사이트에 여전히 국무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날 현재 국무원조직기구(gov.cn/gwyzzjg) 페이지에는 친강이 국무위원 다섯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되어 있다. 개인 이력 페이지에는 “현임 중공 20기 중앙위원, 국무위원, 국무원 당조 성원”으로 나온다. 외교부장직만 삭제한 채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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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친강 스캔들 연착륙 노려 국무위원직 남겨”



이를 두고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친강 스캔들의 ‘연착륙’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1년 3월 전인대 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전인대 상무위가 국무위원의 임면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나 헌법 관련 규정에는 아직 장관급 임면만 가능하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친강의 국무위원 직무를 면직하려면 내년 3월 전인대 본회의까지 기다려야 한다.

20기 당 중앙위원인 친강의 위원직을 박탈하려면 중앙기율위의 조사를 거쳐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친강의 당 규율 위반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적한 외교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외교부장과 국무위원직을 분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친강 인사권자인 최고지도자에게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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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중국 국무원(정부) 웹사이트에 전날 외교부장직에서 면직된 친강이 국무위원 직함으로 표기되어 있다. 중국국무원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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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매체는 전날 류치(劉奇) 전인대 상무위 비서장이 보고한 친강의 외교부장 면직 이유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낙마 이유로는 중국 SNS에 퍼진 푸샤오톈(傅曉田) 홍콩 봉황위성방송 앵커와 미국에서 사생아를 출생했다는 염문설이 유력하다. 대만 연합보는 26일 “금전과 여성으로 죄를 묻는 것은 앞선 많은 사례가 있다”며 “많은 중국인이 듣고 보기 좋아하는 소재”라고 지적했다.

국무위원 직을 남긴 데 대해서는 “친강이 최고지도자를 화나게는 했지만, 상심시킬 정도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친강은 향후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帥)와 염문설을 뿌렸던 장가오리(張高麗) 전 상무위원과 비슷하게 공개 노출을 금지하는 ‘구금’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강의 부침은 드라마틱했다. 1966년생인 친강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연소 외교부장이었다. 올 3월 12일 국무위원에 임명되면서 최연소 ‘당과 국가 지도자(부총리급 고위 간부를 부르는 중국식 명칭)’ 반열에 올랐다. 석 달 만에 차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하지만 임명 208일 만에 낙마하면서 '신중국 최단기 외교부장'이란 오명을 얻었다.

친강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외교부 대변인을 역임하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에는 지난 2008년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첫날 외교부 브리핑장에서 “한·미 동맹은 냉전 시대의 이른바 ‘군사동맹’”이라고 언급하면서 외교적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07년 중국 국무원이 ‘2006년 미국 인권기록’이라는 백서를 발표한 당일 친강은 “미국에 ‘사서오경’을 선물하고 싶다”며 “미국이 공자의 마음이 바르고 몸을 닦아야, 집안을 가지런할 수 있고, 나라를 다릴 수 있으며, 천하를 평화롭게 할 수 있다(正心修身齊家治國 平天下)’는 사상을 배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엔 최고 지도자 의전을 책임지는 예빈사(禮賓司) 국장으로 이동했다. 2018년 부부장으로 승진한 뒤 미국 근무 경험이 없었음에도 2021년 7월 주미 대사에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중공 20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에 선출되면서 왕이 부장의 후임을 예약했다.

올 3월 부장 취임 후 첫 양회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에 날 선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미국이 말하는 ‘가드레일’에 대해 “중국이 반격하지 못하도록 손을 묶고, 욕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으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에서 계속 질주한다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도 궤도 이탈과 전복을 막지 못하고, 반드시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왕이는 과도기 장관…조직 안정 주력할 것”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중국 외교부장을 역임한 올드보이 왕이의 외교부장 복귀에는 과도기적 인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강 스캔들로 혼란에 빠진 외교부를 안정시키는 데 최적의 인사라는 설명이다.

올해 70세인 왕이는 지난해 20차 당 대회에서 '67세는 잔류하고 68세는 은퇴한다'는 '칠상팔하'의 관례를 깨고 정치국원에 승진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친강을 대신해 마치 세 번째 임기를 맞은 듯 왕성하게 활약했다. 과거 5년간 국무원대만판공실 근무를 포함해 40여년 간 외교관으로 활약한 왕이는 외교관의 요람으로 불리는 베이징 제2외국어학원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일본통이다. 문혁기간 8년간 노동자 생활을 거쳐 24살에 대학에 늦깎이 입학한 만학도다. 2013년 외교부장에 임명됐고, 2018년에는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직무를 맡았다.

과거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천이(陳毅) 부총리가 외교부장을 겸직했다.1990년대엔 7대 외교부장이었던 첸치천(錢其琛)이 정치국위원 겸 외교담당 부총리를 겸임했다. 그로부터 25년 만에 왕이는 정치국위원을 겸임한 가장 권력이 막강한 외교부장으로 외교무대에 재등장했다.

왕이 부장은 친강을 대신해 미국을 방문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된다. 왕이를 이을 차기 외교부장에는 오늘 리훙중(李鴻忠) 정치국위원 겸 전인대 상무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방문단 일원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할 류젠차오(劉建超·59) 중앙 대외연락부장, 마자오쉬(馬朝旭·60) 상무부부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친강 분명히 어디 있나?” 中 대변인 외신과 공방전



한편 이날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친강의 행방을 둘러싼 외신 기자와 대변인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졌다.

외신 기자들은 “대변인은 신화사의 관련 보도가 매우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말했지만 전혀 분명하지 않다. 친강은 분명하게 어디에 있나”라며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마오 대변인은 “이미 문제에 대답했다. 신화사가 이미 소식을 발표했다. 그밖에 더 제공할 소식은 없다”며 모든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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