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각'·임성근 '각하'…박 전 대통령에도 세월호 책임 안 물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심판정 모습. |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25일 기각 결정으로 마무리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정 이래 네 번째 탄핵심판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재 심판으로 이어진 첫 사례는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다.
당시 국회는 총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를 촉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만큼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면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탄핵소추를 규정한 헌법 제65조 1항의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이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법 행위여야 한다는 해석을 남겼다.
이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관건이 됐다.
국회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진 지 3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가결했다.
이듬해 3월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행위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판단해 탄핵소추를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헌재법상 소수 의견 공개 규정이 없어서 파면 결정을 한 재판관 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심판에선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이 결정됐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심판 당시 심판정 모습. |
세 번째 탄핵 심판 대상은 임성근 전 고법 부장판사였다. 법관 탄핵소추는 임 전 부장판사가 처음이었다.
2021년 2월 국회는 임 전 부장판사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적법절차 원칙 등 조항을 위반했다며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던 2014∼2015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형사재판을 받던 중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2021년 10월 헌재는 재판관 5대 3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그해 2월 임기 만료로 퇴직했기 때문에 파면을 결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후 작년 4월 대법원에서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 장관은 올해 2월 8일 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됐다.
이날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이 참사 당시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협력 요청을 계속했던 이상 그의 재난 대응 방식이 정부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 당시 헌재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헌재는 "어떠한 말로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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