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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스프] 넷 중 하나는 정신과 치료받는다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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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바라기] 선생님들을 구하기 위해 당장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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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차디찬 주검이 발견된 곳은 그가 근무하던 학교였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왜 학교였을까? 한동안 어쩔 수 없이 그 현장을 밟아야 하는 어린 학생들과 동료 교직원들에게는 어떤 지침이 맞을까? 학생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기는 게 나을까? 하지만, 요즘 세상에 어떻게 숨기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숨길 수 없다면 차라리 일정 기간 추모하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교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너도나도 자신의 일처럼, 이 사건을 아파하고 또 분노했다. 이 죽음의 퍼즐들이 아직 맞춰지지 않았는데도 전국의 교사들은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울부짖는다. 도대체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사정이 어떻길래 이런 걸까?

현실은 충격적이었고 교사들은 방치돼 있었다



취재의 첫걸음은 교사들의 정신 건강 상태였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지난 4월 교사노동조합연맹이 1만 1천여 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였다. 10명 중 8명이 최근 1년 사이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했으며 26.6%, 4명 중 1명꼴로 최근 5년 이내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숫자는 심각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실제 정신과 치료 비율 10% 정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사람은 30%가 넘지만 정신질환을 가볍게 생각하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 탓에 3명 중 1명만 실제 치료로 이어지고 있다. 치료받는 비율보다 실제 정신 건강의 문제가 3배 정도 많다는 것인데, 설문 조사라고 해도 교사들의 정신과 진료 비율 26.6%는 그래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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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실태 조사는 아직 없다. 교사들 정신 건강 질환의 주된 부류는 무엇인지, 그 기저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는지, 그리고 교사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신 건강을 치료받고 있는지 보고서조차 찾기 어려웠다. 사실상 교사 정신 건강은 방치되고 있던 것이다.

현직 교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증언들



"교사 환자가 정말로 많습니까?"

"많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오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교와 관련돼 있습니다. 한 학생을 두고 세 명의 선생님이 저희 병원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등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처럼 어린이의 문제 행동이 단기간에 교정되는 일은 현실에서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 얘기를 하는 건 극도로 꺼리는 일인데도, 교사들의 열악한 구조를 설명하겠다면 어렵게 말을 이어간다. 교사 3명의 중심에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가 의심되는 한 초등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의 부산스러운 행동 탓에 학교 수업은 하루하루 고난의 행군이었지만 ADHD 치료를 교사가 할 수 없기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첫 번째 교사는 진단서를 발부받고 휴직했다. 이 반을 물려받은 두 번째 담임 선생님도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웠다.

해당 아이를 상담 교사에 맡겼는데, 선생님 두 명이 머리를 맞대도 아이를 치료받게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에게 정신 질환을 덮어씌우는 교사들에게 예민했기 때문이다. 결국 담임과 상담 교사 모두 정신과 의원을 찾았고 우울증이 심해 당장 약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교사의 연쇄적인 트라우마를 막으려면 아이가 병원으로 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결국 정신과 전문의가 부모를 설득해 아이를 병원에 데려오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못해 한 첫걸음이 자연스럽게 두 번째 걸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법, 해당 학생의 외래가 잡혀있는 날마다 교사들은 학부모와 껄끄러운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또 다른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어린이 정신 건강에 대한 책임이 지나치게 학교에 쏠려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 정신 건강의 책임은 첫 번째로 부모에게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 대한 병식이 없는 경우 담임 선생님과 상담교사가 뒷감당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당장 교사들의 정신적 피해도 문제이지만 해당 학생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사회적 손실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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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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