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격납고 파괴…월 200만t 수출 통로
곡물 가격 ‘출렁’…젤렌스키 “육로 수출 제한 풀어야”
나토 회원국 인접 지역 첫 공격…확전 우려 점증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의 곡물 격납고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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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흑해 곡물 협정 탈퇴 이후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항에 공격을 퍼붓던 러시아가 이번에는 대체 수출항으로 사용되는 다뉴브 강 연안 항구에 드론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이날 루마니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다뉴브 강 연안의 항구 도시 레니에 대해 공습을 감행했다.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공격에는 이란제 샤헤드 드론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으로 6명이 부상을 입었고 곡물이 저장된 격납고가 파괴됐다.
이날 공격은 같은날 오전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중심부 비주거용 건물에 대해 두차례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드론이 모스크바의 리카셰바 애비뉴에 있는 고층 비즈니스 센터를 강타해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손실을 입었다.
또한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5월 흑해를 건너 다뉴브 항구중 한 곳을 통해 폭발물을 수입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번 공격을 정당화했다. 다만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라이바로 알려진 러시아 전쟁 블로거는 “레니 항구가 곡물 수출과 함께 우크라이나 군에 보급을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몰도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의 국경 지역을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 삼각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는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는 데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흑해 연안 항구들이 러시아의 봉쇄로 곡물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항구는 월 200만t의 곡물을 수출하는 대체 항구로 이용됐다.
특히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을 거부하고 주요 곡물 수출 항구인 오데사 항에 대한 공습을 연일 이어가면서 다뉴브 연안 항구들은 육로와 함께 주요 곡물 수출 경로로 떠올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육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대한 유럽 국가의 제한을 연장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 도입된 제한 조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밀, 옥수수, 유채, 해바라기 씨앗은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5개국에서는 다른 국가로의 유통을 위한 이동만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곡물이 낮은 가격에 유통되면 자국 농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들 국가의 우려 때문에 도입된 이 제한 조치는 오는 9월 만료될 예정이다.
이번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8.68%, 옥수수 선물 가격은 6.01% 급등했다.
한편 루마니아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은 자국 영토와 인접한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 확전은 흑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며 세계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로미니타 오도베스쿠 루마이나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대한 집단 안보와 확고한 지원, 세계 식량 안보, 흑해 안보를 위해 루마니아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을 공습하기는 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인접한 지역은 공격하지 않았다”며 이번 공격이 나토 국가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첫 공격임을 강조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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