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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1만원 하루나기에 열광하는 MZ… 불황에 지갑 닫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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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지출 안하는 '무지출 챌린지' 성행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거지방' 등장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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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즉석밥과 가공식품 코너에서 직원이 제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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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가 화두다. 외식물가가 오르고 전기·가스 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지출이 부담스러워지자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최모씨(33) 역시 최근 '무지출 챌린지'에 동참했다. 그는 외식을 줄이고 근거리는 도보로 이동하고 식사는 회사 구내 식당을 이용하며 지출을 줄이고 있다.

최씨는 "친구들이랑 퇴근 후 맥주라도 한잔하면 3~4만원은 훌쩍 쓰게 된다"면서 "사적인 만남을 줄이고 점심, 저녁 모두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10~30대의 소비문화가 갖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구매하는 '플렉스(FLEX)'문화에서 꼭 필요한 지출만 하는 '알뜰소비'로 바뀌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장 먼저 외식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는 '1만원으로 하루 살기', '무지출챌린지' 등의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확산 중이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6.3%로 전체 소비자물가(2.7%)를 크게 웃돌았다.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인건비, 전기요금 등 제반 비용 상승분이 외식 물가에 반영되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주요 대표 8대 외식 메뉴 가격은 전년보다 6~10% 올랐다. 서울 지역 기준 냉면과 짜장면, 김치찌개 등 주요 외식 메뉴들은 1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냉면은 1그릇 평균 가격이 1만1154원으로 전년 대비 8.6% 올랐다.

라면, 즉석밥, 캔햄 등 서민 물가와 밀접한 가공식품 가격은 1년 전보다 7.5% 증가했다. 73개 품목 중 69개 품목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소비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할인 상품이 인기다. 런치플레이션(점심값 가격 상승)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눈을 돌리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가성비 좋은 점심을 찾는 수요층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 점심 시간대(12~14시) 김밥, 샌드위치, 햄버거 등 푸드 상품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18일 '2000원의 행복' 시리즈 푸드 상품 3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모씨(34)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1만원이면 밥 먹고 후식까지 충분했었는데 요즘에는 국밥 한그릇 먹기도 힘들어졌다"면서 "게다가 한 끼를 간단하게 때우는 김밥 한줄도 5000원에 육박해 최근에는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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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이러한 소비 행태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물가가 치솟고 금리마저 오르면서 생활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다. 실제 지속적인 고물가에 실질임금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역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짠테크'와 앱을 활용해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에 이어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서로 지출 절제를 돕는 '거지방'이 등장했다. 이들은 서로의 지출 내역과 지출 계획을 공유하고 서로의 소비를 평가한다. 낭비라고 생각되는 소비에는 가차 없는 비판이 이어진다. 또 하루 종일 돈을 안 쓴 사람들에게는 칭찬이 오간다.

거지방에서는 각자 그날의 지출을 공유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병원 진료비나 약값 등 기본 생존을 위한 지출 외의 소비재는 사치로 간주한다. 이외에 사치를 조장하는 내용을 올리는 사람은 강제 퇴장조치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례 없는 물가 상승으로 소비 여력이 위축되며 내수 소비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전략적으로 필수 소비재 영역에서 지출을 줄이면서 초저가 상품을 내놓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다이 기자 day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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