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숨진 A교사(23)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사들의 말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A교사가 맡았던 1학년 학급에서 4명 정도 학생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4명 중 2명간 학교폭력이 있었고, 이로 인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고인을 힘들게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1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 학교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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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사노조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의 사인이 개인적 사유에 있다는 일부 보도 내용이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짊어져야 할 고질적인 문제를 전혀 짚고 있지 못한다는 점에 개탄한다”며 2020년 이후 서이초에 근무했거나 현재도 근무하는 교사들의 제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이초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B교사는 학교폭력 민원과 관련된 대부분의 학부모가 법조인이었으며 “나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는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서이초의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대부분의 교사들이 근무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조는 또한 숨진 교사의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을 노조에 알린 C교사는 “고인은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말했으며, 출근할 때 소리를 지르는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D교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 “교사 자격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노조에 전했다. 올해 숨진 교사와 같은 학년 소속은 아니었으나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는 E교사는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 했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학교 차원에서 함구하라고 해서 그냥 있다”, “(서이초가) 경력이 있었던 나도 힘이 들었는데 저경력 교사가 근무하기에는 매우 힘든 학교였다”는 교사들의 증언도 나왔다고 전했다.
노조는 제보를 통해 여러 정황을 확인한 결과 해당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직 경찰에서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외부 정황이 없다’는 의견만을 내놓고 있다”며 “경찰과 교육당국은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SNS를 중심으로 교사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교사들은 22일 오후 2시 서울 보신각 앞에서 추모식과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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