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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취준생 울리는 고물가…“교재비도 부담돼 중고책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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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외식비 상승으로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이화여대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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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회계사 시험 준비를 시작한 성모(27)씨는 몇 달 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간 대학교식당(학식)에서 2000원이면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지난 3월부터 가격이 올라 5000원대 이상 메뉴만 남았기 때문이다. 성씨는 “안 그래도 저녁에는 학식이 운영되지 않아 6000원~1만원의 고정 지출이 있었는데 요즘 식대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각종 시험 응시료와 교재비, 외식 값이 오르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삼중고’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로 둔화했지만, 현장에선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 때문에 고통스러운데 이젠 밥까지 굶어가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취준생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건 고공비행 중인 외식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6.3%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상대적으로 밥값이 저렴한 대학가 주변에서도 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면 8000원~1만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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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그나마 학식을 이용하는 취준생들은 주머니 사정이 낫다. 경찰공무원 준비생 이모(26)씨는 “이미 졸업을 했는데 학식을 먹으려고 학교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자취를 하고 있어 부모님 집에 갈 때마다 반찬을 얻어와 집밥을 해 먹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달에 식비만 50만~6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밥값 아끼는 방법 좀 공유 부탁드린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취준생이 반강제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 응시료 부담도 크다. 2021년 토익(TOEIC) 응시료가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지난해 7월 토익 스피킹이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올해 1월 오픽(OPIc)이 7만81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오는 10월부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료는 2만2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오른다.

내년 세무사 자격시험(1·2차)은 3만원에서 6만원으로, 관세사 시험은 1·2차 통합 2만원에서 총 6만원으로 인상된다. 국가기술자격인 감정평가사 시험은 기존 1·2차 통합 4만원이었지만 내년부턴 각각 4만원으로 총 8만원이 된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노지운(26)씨는 지난해 만족할 만한 토익 점수를 얻기 위해 두 번의 시험을 쳐 10만원에 가까운 응시료를 냈다. 내년 3월에 점수가 만료된다는 노씨는 “1회 응시비용이 5만원에 달하는데 이걸 다시 봐야 한다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학원 수강료나 교재비 부담은 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외국어학원비는 4.4%(전년 동월 대비), 출판물은 2.3% 올랐다.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안효근(25)씨는 “교재비가 비싸져서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동기들과 공동구매해 할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의 중고책·인터넷 강의 수강권 거래도 활발해졌다.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4)씨는 얼마 전 정가 3만6000원인 기출문제집을 중고거래 앱에서 2만8000원에 샀다. 이씨는 “어차피 시험 전 잠깐 볼 책인데 나도 필기를 하지 않고 보다가 시험 점수가 나오면 되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주말 알바만 하다가 생활비 부담이 커져 지난달부터 평일에 독서실 총무 알바를 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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