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공식 심사에 본격 착수하자 가상자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간 수십건의 신청서가 제출됐으나 SEC는 번번이 비트코인 ETF에 대해 ‘현물 보관도, 투자자 보호도 의문’이라며 낙제점을 줬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르고 올 들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신청서를 제출하자 기류가 달라졌다. 비트코인 ETF의 현실화 기대도 커진 것. 비트코인이 점점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 ETF, 비트코인 예고편?=어쩌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화폐 업계의 숙원이 됐을까. 잠깐 시계를 20여년 전으로 돌려보자. 블랙록까지 가세해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상장시키려는 배경에는 ‘금 ETF’의 성장세를 학습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시장에 금 현물 ETF를 상장해보니 금값이 치솟았다는 것.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업계는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면 금 ETF가 금 시장에 미친 효과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을 끌어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예측해보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미국에서 첫 금 ETF는 2004년 11월에 등장한 ‘SPDR골드셰어즈(GLD)’다. 출시 3일 만에 10억달러를 돌파, 현재는 592억달러(약 74조원) 규모의 초대형 ETF로 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금 ETF 상장 이후 금값은 무려 343% 올랐다는 것. 국제 금 가격은 2004년 온스당 440달러에서 1980달러 선(19일 기준)으로 올랐다. 여기에 비트코인 현 시세를 반영해 단순 계산해보면, 비트코인은 약 13만2188달러(약 1억6709만원)대로 치솟는다.
심지어 금보다 더 빠르게 오른다는 전망도 있다. 가상자산 전문 익명 애널리스트 데이브더웨이브는 “비트코인은 이미 바닥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느냐인데 2025년까지 현재 가치에서 4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영국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도 강세를 전망했다. 제프 켄드릭 SC 디지털자산 연구 책임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올해 안에 지금보다 67% 오른 5만달러(6325만원)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12만달러(1억5179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디지털 金, 금 그 이상 vs 단순 비교 무리”=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탈중앙적 성격을 지니면서 ‘디지털 금’으로 불린다. 정부 통제를 받지 않은 데다 공급량은 제한적이라는 것.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금에 빗대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이나 특정 통화의 가치 절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과 금 사이 상관관계도 돋보인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가격 비율은 금/구리 가격 비율의 역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019년에는 상반기까지는 금과 비트코인이 함께 상승세를 지속하다 2019년 6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서로 방향이 달라졌다”며 “비트코인·금 동조화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질 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금의 논리로 비트코인의 미래를 예측하기엔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가격은 금과 달리 관련 산업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단기금융시장에서 준비금(Reserve)을 운용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비트코인 가격은 금 대비 취약하다는 한계도 있다. 대체로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은 크게 보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ETF가 출시되더라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fores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