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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최저임금위원장 “최저임금 상당히 높다…자부심 느껴야”[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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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인상도 따지면 상당한 액수”

“공익위원 중재안 민주노총 불수용”

경향신문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가 긴 정회 뒤 속개되자 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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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2024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2.5% 오른 9860원(시급 기준)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와 있다”며 “이 정도까지 올랐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위 15차 전원회의가 끝난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처럼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지금의 절반밖에 안 됐다면 팍팍 올라도 감내할 수 있는데, 지금은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인상률) 2.5%도 액수로 따지면 상당한 액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8일 오후 3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밤샘 회의를 거친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9860원으로 확정했다. 인상률은 역대 2번째로 낮은 2.5%다. 노동자위원들은 처음 제시한 1만2210원에서 2210원 내린 1만원을, 사용자위원들은 최초 제시안인 9620원(동결)에서 240원 오른 9860원을 제시했다. 표결 결과 노동자위원 안 8명, 사용자위원 안 17명, 기권 1명으로 사용자위원 안이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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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된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되어 있다.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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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 위원장과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공익위원 간사)가 기자단과 진행한 일문일답.

-공익위원들이 (무효표 1표를 제외하면) 모두 사용자위원 안에 투표한 것 같다. 1만원이 될 수도 있었는데 전부 사용자위원 안에 투표한 배경이 궁금하다.

권 교수 = 개별 투표에 대해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 각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직접·비밀·무기명 투표했기 때문에 집단으로 모의하거나 투표하자고 정한 바는 없다.

-박 위원장과 권 교수는 올해가 마지막 심의다. 최저임금 심의 구조나 방식 등을 돌아본다면.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까.

박 위원장 = 만 4년에 걸쳐 공익위원들과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 왔다. 사람도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살기 어렵다. 경제의 중요한 변수인 이자율, 최저임금 수준, 물가 등을 두고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돼선 곤란하다. 되도록 실증적인 근거를 갖고 규칙과 규범에 근거한 최저임금 결정을 하는 게 앞으로 바람직하다. 우리 최저임금 수준도 선진국하고 비교할 만한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결정방식 역시 선진화해야 한다.

권 교수 = 오늘 심의에서 아쉬운 건, 지금까지 이만큼 합의에 근접한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합의를 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는데 막판에 성사되지 못하고 일부 불수용으로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이다.

-마지막에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 9920원 합의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입장이 궁금하다.

권 교수 = 10차 수정안에서 사용자 측은 9840원, 근로자 측은 1만20원을 냈다. 최저임금 심의를 하면서 양측 안 간극이 이렇게 좁혀진 사례가 거의 없어서 합의에 대한 기대가 컸다. 노사 양측이 공익위원의 조정안을 수용하면 합의에 이르기 때문에 그것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만약 노사 중 한쪽이라도 반대해 조정이 안 되면 양측의 최종안을 두고 표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용자는 공익위원 조정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동계는 한국노총 위원 4명은 찬성한다고 했고, 민주노총 위원 4명은 불수용하겠다고 입장이 갈렸다. 최종적으로 노동계 위원들이 공익위원 조정안에 합의를 못 봤다고 의사를 전해와 양측 최종안으로 표결했다.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9920원이면 노동계가 제안한 1만원과 큰 차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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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사용자, 근로자, 공익위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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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에) 정부 고위 관계자가 ‘내년 최저임금이 9800원선일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최종 금액이 이 ‘가이드라인’ 수준의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 교수 = 오늘 9920원 조정안을 제안하면서 정부 고위 관계자 가이드라인 이야기는 정리됐다고 본다. 보도와 달리 9920원을 조정안으로 제시했고, 민주노총이 조정안을 받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심의에서는 플랫폼·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성별임금격차 등 여러 과제와 연구조사 제안이 있었다.

권 교수 = 저희는 법에 따라 최저임금만 정할 수 있고 다른 권한은 없다. 플랫폼 특수고용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국회나 관련 기관이나 정부가 준비하는 것이다.

-올해는 실질임금 감소도 컸고 인플레이션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런데도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은 불균형적이다.

박 위원장 =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이랑 비교해봐도 그렇고 특히 아시아에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최저임금을 굉장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학습하려 하는 나라도 많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정도까지 올랐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 인상률은 과거 최저임금 절대 수준이 지금 수준 절반밖에 안 될 때는 팍팍 올라도 감내할 수 있는데, 지금은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2.5%도 액수로 따지면 상당한 액수다. 최저임금이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변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최저임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증거 기반 방식으로 결정해야 한다. 과거처럼 정치적 목표나 이념적 지향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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