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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광화문에서/김현지]아시아나 파업 우려… 대한항공이 뒷짐 질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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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호찌민에서 인천으로 출발하기 14시간 전에 결항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저녁 먹으러 나가다가 메시지 받았다는군요.”

“7월 24일 런던 갈 예정인데 하필 그날부터 파업인가요? 숙박이며 투어 예약 다 어쩌죠? 항공편 문제 하나로 여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데 참 어이없네요.”

예고 없이 날아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소식에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가 온통 난리다. 여름 휴가철 항공 승객을 볼모로 잡아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아시아나 노조에 비난이 내리꽂힌다.

하지만 사정을 알면 노조의 입장도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크게 위축돼 회사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직원들이 급여를 깎아가며 고통을 분담했는데 지난해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도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활이 빠듯해 대리운전에 택배 배달까지 투잡 뛰는 아시아나 기장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에 조종사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10%, 사측 인상안은 2.5%다. 간극이 크다.

그런가 하면, 적자가 쌓이고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내는 마당에 노조 요구대로 월급을 올려줄 수 있느냐는 경영진의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타까운 대립 속에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른다. 예고된 조종사 파업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대한항공의 움직임이다. 대한항공은 “타사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아직 인수한 게 아니니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공식화한 대한항공이 그렇게 팔짱 끼고 강 건너 불 보듯 하기만 하면 되나 싶다.

불확실한 미래와 노사 갈등에 지쳐 더 많은 아시아나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자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인수합병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노사 화합이기 때문이다.

피인수 기업의 노조는 흔히 합병 전후 사측과 적대적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 전 노조 파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합병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리처드 앤더슨 전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피인수 회사인 노스웨스트항공의 가장 큰 문제가 경영진에 적대적인 노조임을 간파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전념했다고 한다. 피인수 기업의 직원을 끝까지 포용하며 노사 화합을 이뤄낸 델타항공 사례는 국제 항공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 사례로 꼽힌다.

아시아나 노조를 달랠 방안을 무엇이라도 제안하는 것 이외에 대한항공이 할 일은 아시아나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빚어질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체 항공편 마련 등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는 모습에 소비자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금이 그 의지를 보여줄 기회가 아닌가 한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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