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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물가 안정 곳곳이 암초... 교통요금 인상·유가·곡물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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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 막혀
국제유가도 상승세
한국일보

1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밀가루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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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안정된 물가를 위협하는 건 한반도를 휩쓴 폭우뿐만이 아니다.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데다, 국제유가마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생산국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힌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물가 불안 요인이 켜켜이 쌓인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전망(3.3%)을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차관 주재로 농축산물 수급 상황 회의를 20일 열어 물가 영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수해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농산물의 비축분 방출, 수입 확대 여부 등도 현재 논의 중이다.

정부가 서둘러 물가 대책 마련에 나선 건 수해 피해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 상승 외에도 물가를 끌어올릴 지뢰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요인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통비다. 당장 인천과 대구, 광주가 운송비 증가를 이유로 이달 1일부터 지하철 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서울과 울산의 시내버스 요금도 오른다. 10월엔 서울 지하철 요금 150원 인상이 예고돼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전체 1,000) 중 시내버스(7.4)와 도시철도(2.8)가 차지하는 비중(10.2)은 가중치 상위권인 사립대 등록금(10.8), 구내식당 식사비(11.9) 등과 비슷하다. 그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앞서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공공요금이 추가로 올라간다면 물가 전망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상이 확실시되는 최저임금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외식과 제품 가격 등에 반영돼 소비자물가가 0.07%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외 상황도 위태롭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흑해를 통과하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하면서 국제곡물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 보리의 세계 최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17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3.0% 뛰었다. 지난 1년간 흑해를 통해 수출된 우크라이나 밀과 옥수수, 보리 등은 3,280만 톤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의 막힌 곡물 수출길이 사료 가격과 빵·제과 등 밀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면, 출렁이는 국제유가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최근 배럴당 8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보다 10%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를 끌어올릴 암초가 곳곳에 있어 3%대 초반 물가상승률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이달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내렸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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