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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중국 견제 이어 중남미 끌어들이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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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남미 정상회의에서 450억유로 투자 계획 발표

한겨레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중남미·카리브해 정상회의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알렉산드라 힐 티노코 엘살바도르 외교장관(왼쪽부터)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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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려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한 유럽연합(EU)이 중남미와의 경제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17일(현지시각) 이틀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중남미·카리브해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이 중남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과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의 50여개국 지도자들이 참가한 이번 정상회의는 2015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열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날 열린 경제 포럼에서 유럽, 중남미, 카리브해가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필요로 한다며 “유럽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이 선택할 협력 상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이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의 하나로 중남미와 카리브해에 450억유로(약 56조76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계획은 중국의 ‘일대일로’ 해외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유럽연합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최대 투자자이지만, 이 지역 최대의 무역 상대국은 중국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남미 지도자들은 제국주의 시절부터 이어진 두 지역간 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다.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의 의장인 랠프 곤살베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총리는 “유럽 대부분은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와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수혜자였으며 이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 불공평한 부담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우리 유럽인들이 때로는 약간 오만하게 행동했었다”며 “그들이 해결할 쟁점이 있을 때에 우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과 중남미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를 노출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는 공동 성명 채택을 추진했으나 니카라과와 쿠바 등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이 지난 7일 마련한 성명 초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전쟁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는 정도로 표현 수위가 낮춰졌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무기 지원을 비판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엔 발언 수위를 조금 낮췄다. 그는 “유럽 심장부에서 벌어진 전쟁이 경제·사회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재원을 전쟁 목적에 쓰이게 만들고 있다”며 “무기 경쟁은 기후 변화 대응도 더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간 자유무역협정 이행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에이피> 통신이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19년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5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으나, 유럽연합이 남미 국가들에 더 강력한 환경 보전 노력을 요구하면서 개별 국가들의 비준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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