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가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어린이 패스트트랙’이라는 정책을 내걸었다. 국립박물관 등 국가 시설에서 아이를 동반한 사람은 창구에서 줄을 서지 않고 먼저 입장할 수 있는 제도다. |
이런 사안까지 정책화해야 하는 것인가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개혁을 위해 이 같은 대책을 내세웠다. 현재 일본에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 급선무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2030년에 들어서면 젊은 인구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2일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1.26으로 과거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77만747명으로, 전년 대비 5%(4만 875명) 감소했는데 외국인을 제외한 출생아 수가 80만명 아래가 된 것은 1899년 통계 이후 처음이다.
정부도 이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6월 13일 총리 관저 기자회견에서 저출산에 관해 ‘일본의 사회경제 전체와 관련된 문제이며, 미루거나 기다릴 수 없는 과제’라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어린이 미래 전략 방침’을 근거로 대대적인 아동·육아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일례로 아동수당의 경우 2024년 10월부터 지급 기간이 3년 연장되어 고등학생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후생노동성은 3세까지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온라인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육아시간을 확대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3세까지인 자녀 대상으로만 적용되던 잔업(야근) 면제제도도 취학 전까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각 지역 지자체도 출산율을 높이고자 자체적으로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야마나시현 호쿠토시는 결혼장려책 중 하나로 2022년 12월부터 메타버스(가상공간)를 이용한 혼활(婚活·결혼활동)을 개최하고 있다. 군마현은 올해 10월부터 현내 전역에서 고등학생(18세가 되는 날 이후 최초 3월 31일까지 대상)까지 의료비를 무상화할 예정이다. 도쿄 미나토구에서는 4월부터 구내를 운전하는 마을버스에 임산부뿐 아니라 성인 가족 1인도 동시에 무료로 탈 수 있게 됐다. 또한 다자녀 가구의 부담 경감을 위해 모든 미취학 아동은 무료로 승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저출산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하더라도 각종 제도가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사회문제 해결과 개인의 부담 문제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
오사카부(府)에서는 고등학교 수업료 전면 무상화 계획안에 경영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사립 고등학교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육아정책 관련 재원 확보방안으로 거론되는 사회보험료 상승은 국민과 기업의 세액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지원책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이 남의 이야기처럼만은 들리지 않는다. 일본이 아동친화적 환경을 위해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지금 다양한 케이스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와 제도의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 일본의 저출산 대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민현정 코트라 나고야무역관 과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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