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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유족’이 본 오송 지하차도 참사…“반복되는 인재, 삶의 의지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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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집중호우에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6일 119 구조대원들이 수색 중 수습한 실종자 시신 1구를 옮기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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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문효균씨 아버지 문성철씨(56)는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한다. 비가 쏟아졌던 최근 며칠간 그는 지하 기계실 등 곳곳을 한 시간마다 돌아봤다.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사고로 이어질까 두려웠다. 참사로 아들을 잃은 후 그는 안전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고 했다. 문씨는 17일 통화에서 “주말에 다른 유족들을 만나서도 침수 피해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바뀌질 않는구나, 이 나라는 정상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형적인 인재로 드러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두고 ‘제2의 이태원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몇 시간 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안전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고도 왜 막지 못했냐”는 유족들의 외침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문씨는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사람이 몰릴 것으로 (관계기관이) 예상했고, 오후 6시34분부터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신고까지 여러 번 들어갔다”면서 “예측 가능한 사고를 막지 못하는 것은 참사가 나도 전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라고 했다. 이태원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33)도 “비 때문에 침수 위험이 있다는 사전 예고가 계속 나왔는데도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아무런 대비가 안 됐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지하차도 침수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4시간 전인 오전 4시10분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 발령했다. 이어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31분에는 흥덕구청 건설과에 대피조치 필요성을 통보했지만 지하차도에 대한 별다른 통행제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씨는 이러한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삶의 의지가 꺾인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서 “유족들이 목소리 낸 것들이 무슨 소용이며 희생자들은 왜 하늘나라로 간 것인지 답답하고 무력감이 든다”고 했다. 또 “이런 사안을 보면 그때 일이 다시 상기되고 트라우마가 계속 올라온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책임소재 규명이 흐지부지된 탓에 ‘재난으로부터 학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참사 책임을 엄중히 묻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관료들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안 하면 문책당할 것을 두려워하는데,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문씨도 “가장 큰 문제는 재난 책임자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는 여전히 재난 전문가가 없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폭우 피해와 이태원 참사 등 연이은 재난 대응 실패에도 끝내 유임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이 장관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며, 재난안전 총괄 부처인 행안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감사원은 올해 초 ‘사회적 재난의 대비체계’ 감사 계획을 수립하고도 올해 말에야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지자체의 재난 예방 실패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행정 재난’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난전문가인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는 “모든 참사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으나 이태원 참사와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행정기관의 어떤 기능이 고장 나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기시감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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