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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기자수첩] 승자 없는 조종사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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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도 회사도, 다른 직원들도 그리고 고객들까지 모두가 지는 게임입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오는 24일부터 18년 만의 파업에 돌입한다. 사측이 지난해 10월부터 24차례에 걸친 임금단체협상에서 2019년~2022년 임금 인상률 2.5%를 고수하자 "사측의 (협상)의지가 없다"며 지난 14일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노조의 파업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2000%가 넘는다. 최근 엔데믹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회복 단계다. 정상화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빚잔치를 벌이는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늘리기는 더욱 쉽지 않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도 임금·수당 인상 등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우를 개선해주고 싶어도 여건이 좋지 못한 것이다.

파업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 동료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국제선 인력의 최대 20%가 빠질 수 있다. 항공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미 지난 16일 인천에서 베트남 호찌민을 오가는 국제선 왕복 항공편이 노조 단체행동으로 결항됐다. 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시간을 낸 승객의 여름철 휴가도 망치지만 이 경우 그 불만은 조종사 월급의 50%도 못 받는 서비스직에 간다"며 "조종사들의 비행 수당이 올라가더라도 일반 승무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파업으로 다른 모든 이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인내와 상생이 절실하다고 본다. 직장인 입장에서 사실상 4년간의 임금 동결이 뼈아프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때 강성노조로 불렸던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노조는 회사가 수차례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13년째 무쟁의 교섭타결을 이어왔다. 임금 삭감 합의가 끝나는 올해도 상생과 무쟁의에 초점을 뒀다. 분기마다 이자만 1000억원씩 내는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그보다 좋지 않다. 특히, 수익을 한창 올려야 할 성수기 대목에 파업으로 주춤하면 나눠줄 임금 파이 전체가 줄어든다. '윈윈'으로 돌아설 기회를 기다리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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