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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캐나다에 밀렸다…중국, 美 최대 수입국 자리 뺐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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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국기와 반도체 회로기판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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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첫 5개월 동안 멕시코·캐나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현 추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면 중국은 지난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미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잃을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진행되면서 국제무역의 판도가 바뀌는 모습이다.

1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미 상무부의 무역 통계를 분석해 지난 1~5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1690억 달러(약 214조4000억원) 어치를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전년 동기대비 25% 줄어든 규모다. 미국의 전체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전년 동기보다 3.3%포인트 줄었다. 1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일용품과 전자제품 등 광범위한 품목에서 중국산 제품 수입이 줄었으며, 특히 반도체 수입액은 반 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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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이 미국 상무부 자료를 통계로 집계한 2000년 이후 미국 주요 수입국의 비중. 1~5월 기준으로 중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밀려 미국 최대 수입국 자리에서 밀려났다. 닛케이는 중국에서 감소한 물량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국가들이 가져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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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미국의 최대 수입국은 멕시코였다. 미국의 대(對)멕시코 수입액은 1950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캐나다도 1760억 달러로 중국을 앞질렀다. 닛케이는 “(이대로라면) 중국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꿰찼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 미 제조업이 높은 비용으로 경쟁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사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무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5년 전보다 3.8배 증가했고, 총수출도 2.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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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중국 칭다오항에 선적돼 있는 컨테이너들이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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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총 37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의 대미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18년 20% 안팎까지 커졌지만, 관세 부과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기조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한편, 경제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통신기기 등에서 중국산 제품의 수입 통제에 나서고 있다.

대신 미국 정치권은 중국이 아닌 미국과 우호적인 국가들과 공급망을 재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추진 중이다. 애플 등 미국 기업들도 이에 동조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추세다. 닛케이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등 미국의 경제적 고통도 상당하지만,미 정부는 대중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낮추려면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선 지난 3년간 실시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대미 수출 감소라는 악재가 더해지는 셈이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수출액은 2853억 달러(약 364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었다. 2020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의 ‘탈(脫)중국’ 움직임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건 동남아시아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이다. 닛케이는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감소한 물량을 가져간 건 아세안”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은 1~5월에 1240억 달러를 수출했고 점유율은 10년 전보다 2배 정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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