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24일 만에 재회했다. 블링컨 장관 방중 이후 빠르게 재성사된 만남인 만큼 주요 현안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했으나 양측 모두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13일 중국 외교부와 미 상무부에 따르면 왕 위원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회동했다.
왕 위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달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을 언급하며 “양측은 깊고 솔직한 소통을 통해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바로잡는 데 있어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의 관건은 양국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미국의) 실질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경제·무역·과학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억압을 중단하라"며 미·중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고율 관세 등의 조치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왕 위원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서도 엄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거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은 다양한 범위의 양자 및 역내, 세계적인 문제에 있어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이 가운데는 입장의 차이가 분명한 의제와 잠재적 협력이 가능한 문제가 함께 포함됐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우리는 양국의 군사 등 소통 채널을 열어둘 책임이 있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최근 중국 해커들이 국무부와 상무부 등의 25개 정부기관을 해킹한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반면, 블링컨 장관은 양측의 군사 소통 채널 구축 및 대만해협 안정화, 중국 해커그룹에 대한 우려 등을 부각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다만 양측은 소통을 유지하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은 솔직하고, 실용적이며 건설적"이었다며 "양측은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광범위한 문제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실제 미·중의 각 분야 소통 채널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당장 16~17일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찾는다. 또 중국 상무부는 이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에 대해서도 현재 양측이 조율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미·중은 외교, 경제, 글로벌 현안(기후 등)에서 대화 채널을 복원했거나 할 예정이다. 이제 남은 건 군사 채널이다. 다만 셰펑 주미 중국 대사와 일라이 래트너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가 최근 회동하면서 군사 채널 복원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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