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개 의료기관 4만5천명 참여…인력확충·공공의료 강화 등 요구
서울·세종·부산·광주서 집회…노조 "파업 지속 여부 논의 예정"
이름표 없는 빈 병실 |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고미혜 오진송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4일 간호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 등을 내세우며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갔다.
정부가 필요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겠다며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전날에 이어 일부 의료 현장에서 크고 작은 차질이 빚어졌다.
노조는 이날 전국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료기관)에서 4만5천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산대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 노조도 파업에 참가했다.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대 5' 제도화,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부터 사측과 교섭했지만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노조의 협상 상대가 정부가 아닌데도 정부 정책과 관련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노조와의 협상 여지를 두지 않은 채 필요시 업무복귀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파업을 '민폐 파업'이라고 비난하며 "요구사항이 무엇이건 이렇게 대규모 의료공백을 일으키면서까지 총파업을 하는 것은 의료인 윤리와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광화문), 세종(정부세종청사 앞), 부산(부산역 앞), 광주(광주시청 앞) 등 4개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세종 집회에선 조합원 5천명가량이 복지부 앞에서 정부를 규탄한 후 기획재정부까지 행진한다.
충남대병원에서 파업 집회 이어가는 보건의료노조 |
이러한 가운데 전날 일부 의료현장에서 발생했던 혼란과 환자 불편은 이날도 이어졌다.
부산지역 최대 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은 의료공백에 대비해 700명가량의 일반병동 환자를 퇴원시킨 채 중환자실 등 특수병동 환자 150여명과 퇴원이 힘든 일반 병동 환자 100여명만을 관리하고 있다. 부산의료원도 외래 진료를 22개 과에서 7개 과로 절반 이상 줄여 운영 중이다.
고려대구로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은 특정 분야 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119 구급대원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의료기관별로 노사가 협의해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인력을 투입하고 의료기관 내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CPR팀)을 가동했지만, 비응급 분야에선 진료가 취소되거나 수술이 늦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3∼14일 이틀을 집중 투쟁 기간으로 정한 노조는 일단 자정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주말과 내주 파업 지속 여부는 이날 오후 중에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은 교섭을 원하는 곳도 있지만 정부 안이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는 한 내주도 파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업무복귀명령 검토 발언에 대해 노조는 "이번 총파업 투쟁은 합법적 쟁의행위로서 절차과정과 목적, 내용에 어떠한 불법성도 없다"며 "지금은 국민 건강·생명과 관련된 핵심 의제에 대해 복지부가 업무를 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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