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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환자 강제 퇴원, 수술 무더기 취소...의료 파업,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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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해 있는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어제부터 인력확충, 의대 증원, 공공의료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의료 민영화 저지를 내세운 2004년 이후 19년 만의 대규모 파업이다.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에 일부 필수 인력이 배치는 됐지만 국립암센터나 양산부산대병원 등 의료진의 절반 이상이 노조에 가입해 있는 병원에선 파업 전부터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의 전원 조치가 이뤄지는 등 진료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의료진의 처우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하다. 간호사들의 경우 1인당 평균 환자 수가 상급종합병원 기준 16.3명으로 미국(5.4명)·일본(7명) 등 주요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일손이 부족하니 갈등은 커지고 과중한 업무부담에 전체의 절반이 유휴 간호사로 남아 있다. 10% 이상은 이미 다른 직업으로 전환, 만성화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전·현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 2021년 9월 파업 해제 조건으로 문재인 정부는 노조의 요구안 처리를 약속했으나 흐지부지 넘겨버렸다. 합의안을 승계한 현 정부도 가시적 성과를 못 내긴 마찬가지였다. 상급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인당 환자비율을 5명으로 제도화하기로 했지만 말뿐이고 필수 진료과목 의사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의대 입학 정원 1000명 이상 증원 요구안도 당장 해결할 순 없더라도 기본적 정책 로드맵은 제시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노조의 요구안은 건강보험재정 부담과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임금 10% 이상 인상, 노동시간 유연화 중단 등 근로조건에 관한 무리한 요구도 명분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정치투쟁과 연계해 벌이는 파업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의심케 한다. 노조는 파업을 당장 접고 정부는 현실적 개선안을 신속히 내놓길 바란다. 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 대책’부터 하루빨리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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