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의료진의 처우는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하다. 간호사들의 경우 1인당 평균 환자 수가 상급종합병원 기준 16.3명으로 미국(5.4명)·일본(7명) 등 주요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일손이 부족하니 갈등은 커지고 과중한 업무부담에 전체의 절반이 유휴 간호사로 남아 있다. 10% 이상은 이미 다른 직업으로 전환, 만성화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전·현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 2021년 9월 파업 해제 조건으로 문재인 정부는 노조의 요구안 처리를 약속했으나 흐지부지 넘겨버렸다. 합의안을 승계한 현 정부도 가시적 성과를 못 내긴 마찬가지였다. 상급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인당 환자비율을 5명으로 제도화하기로 했지만 말뿐이고 필수 진료과목 의사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의대 입학 정원 1000명 이상 증원 요구안도 당장 해결할 순 없더라도 기본적 정책 로드맵은 제시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더욱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노조의 요구안은 건강보험재정 부담과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임금 10% 이상 인상, 노동시간 유연화 중단 등 근로조건에 관한 무리한 요구도 명분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정치투쟁과 연계해 벌이는 파업은 그 자체로 정당성을 의심케 한다. 노조는 파업을 당장 접고 정부는 현실적 개선안을 신속히 내놓길 바란다. 복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 대책’부터 하루빨리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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