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악용시 정당성 잃어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노조 요구사항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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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와 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4만5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9년 전 파업 참여인원인 1만여명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상 외로 크다. 따라서 총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당장 환자 문제다. 의료 파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의료현장에선 환자들의 수술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차질이 잇따랐다. 많은 의료인력이 시위현장으로 떠나버리니 병동에 남겨진 환자는 방치될 수밖에 없다. 총파업 기간 응급환자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걱정이다. 환자를 볼모로 직역 이기주의를 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보건의료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에 일면 수긍할 부분도 있지만 환자를 내팽개친 채 이익을 관철하려는 건 목적과 수단이 바뀐 것이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더욱 매서운 건 정치성을 띤 총파업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파업 시기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맞물려 있어서다. 이러한 합리적 의심은 보건의료노조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당정회의 뒤 브리핑에서 "민주노총 파업 시기에 맞추어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총파업의 정당성을 비판한 이유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15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가운데 정권퇴진 같은 정치성 시위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보건의료노조의 단체행동은 이번 총파업으로 끝날 기세가 아니다. 따라서 파업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정치파업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주장하는 내용들 가운데 귀 기울여 들을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요구사항 중에는 의료인력 부족 해소 및 적정수가 산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이 수반돼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총파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필요한 결단은 보건의료노조 스스로 파업을 철회하고 의료현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부디 보건의료인들이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보여줬던 헌신적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합리적 대안 도출을 위한 소통창구를 다시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환자를 볼모를 잡는 정치파업으로 일관한다면 정부도 특단의 대책 발동을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정도를 벗어난다면 업무복귀 명령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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