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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르포] "어렵게 잡은 수술, 다 취소"…의료노조 파업에 불안한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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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3일 가장 붐벼야 할 평일 오전이지만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여파로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수납 창구 앞은 한산했다. 국립암센터의 하루 평균 외래 진료 환자 수는 1700명에 이르지만 이날 10시30분쯤 수납 대기 환자는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사진=최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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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보다 더 급한 건 수술 환자들입니다. 오늘내일 잡혔던 수술이 많이 취소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수술 날짜 잡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항암 치료를 위해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 입원 중인 이모씨(64)는 한산한 수납 창구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도 당초 지난 11일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있던 환자도 퇴원해야 할 상황이라 귀가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입원한 터였다. 이씨는 "보건의료 인력들의 노고도 충분히 알지만 환자들 치료는 제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입원을 안 시키고 퇴원 시키고, 일정을 미루고 하는 일들은 환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이날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응급환자와 중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 20여곳 노조원들도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에 대비해 미리 병원 측에서 환자들의 진료 일정을 조정한 데다 당초 예상보다 파업 참여인원이 적어 우려했던 만큼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입원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진료를 볼 수 없어 환자들을 돌려 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전의 한 병원에서는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간단한 처치를 받고 입원하지 못한 채 귀가했으며, 서울에서도 골절상을 입은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을 여러 곳 옮겨다니는 일이 발생했다.

국립암센터는 직원 2200명 중 노조원은 1100명 정도다. 노조원의 90% 정도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4분의 1 수준만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는 광화문으로 향했다. 대부분은 이날 '비번' 근무자였으며 근무일인데도 빠지고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100여명이 조금 넘었다. 당초 예상보다 파업 참여 인원이 적어 수술과 외래 일정도 재개했다. 항암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은 신모씨(68)는 "항암 주사실에서 일정을 잡아주는데 전날 병원에서 차질 없이 진행될 거니 오면 된다고 문자가 왔다"며 "정부와 조율이 잘 돼서 파업이 얼른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납 창구 앞에서 만난 김선아씨(55)는 "암 검사는 1년간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오늘 못 받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검사는 받았다"며 "(총파업 때문에) 검진 결과를 언제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파업할 건 해야 하니 빨리 매듭이 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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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 창구에 '대기인원 0명'이라고 표시돼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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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고려대병원의 경우 안암, 구로, 안산 등 3개 병원에서 모두 파업에 들어갔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치료사 등 의료계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조합원 4300명 가운데 5분의1이 채 안되는 8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상당수 참여자는 이날 근무가 아닌 '비번'이었다.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 인력이 배치됐다. 기존에 잡힌 수술이나 외래진료도 취소하기보다 진료 예약을 추가로 받지 않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

조햇님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조직부장은 "필수 인력은 남았기 때문에 응급실, 수술실 등은 원활히 돌아가고 있고 중증도가 떨어지는 환자들은 전원 또는 퇴원시키는 방향으로 병원 측에서 처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김모씨(67)는 "진료실 앞에 평소대로 간호사가 앉아 접수를 받고 있었고 외래환자라 잠시 진료 보고 가니 큰 불편은 못 느꼈다"며 "입원병동에는 상주하는 간호사 수가 줄었는지 병실에 계신 분들은 불편을 겪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위기평가 회의를 열고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조정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을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하고 시·도, 시·군·구별로 필수유지 업무를 점검할 계획이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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