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13일 대규모 총파업 돌입…인력·공공의료 확충 요구
"노조 주장하는 정책방향 공감하지만 당장 해내란 건 국민 겁박"
"법령상 협상 당사자, 정부 아냐" vs "정부가 결단 못해 진전 없어"
노조 "9·2합의 관련 구체적 이행계획 밝히란 것…응급실 등 필수업무 유지"
박민수 차관,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 간담회 참석.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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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인력 및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며 13일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는 이번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노조가 주장하는 정책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즉각 시행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며 필요 시 업무개시명령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지금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절차를 밟아서 진행을 하고 있지만 발언 내용을 보면 '정부가 하는 걸 보고 파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분명 파업의 권한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이 정당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면밀히 거쳐서, 필요하다고 하면 그러한 조치(업무복귀 명령)까지도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업무복귀 명령은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이라는 발령 조건이 있는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다.
박 차관은 "오늘과 내일은 총파업이기 때문에 산단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아마 다음 주부터 사업장별 파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현재는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있는데 필요하면 이 위기단계를 상향하는 조치도 하겠다"고 대응계획을 설명했다.
정부는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면서도 법령상 복지부는 노조의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차관은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법에서 인정한 권한"이라면서도 "법에서는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고, 그 중 중요한 것이 '파업의 대상은 노사 협력의 주체와 협상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노조의 주장처럼) '복지부가 하는 것(조치)에 따라 파업을 계속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정부를 파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건데 이는 노조법에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파업의 권한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협상으로, (노조가 진행해야 할) 협상의 당사자는 사용자 측"이라고 주장했다.
박 차관은 또 "정부의 정책이란 것은 여러 가지 여건과 국민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되는 것"이라며 "이를 (정부에게) '지금 당장 해내라', '(향후 이행) 스케쥴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은 정부를 겁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노조 측은 코로나19 유행시기였던 2021년 극적으로 타결에 이른 '9·2 노정 합의'를 정부가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당시 합의사항 등을 들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1명당 환자 수 5명' 등 인력기준 준수 △의사인력 확충 △'코로나 전담병원'에 대한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정부가 제도 개선안(案)을 마련하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해야 사용자들이 이런 것들을 시행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정부가 하지 못하니 (우리도) 못한다'고 한다"며 "노사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저희는 2021년도에 합의한 부분들에 대해 복지부가 합의한 대로 구체적으로 시행계획과 시기를 발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노정 교섭은 못한다'고 하지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간담회든 설명회든 어떤 형태로든 국민만 보고 우리가 요구하는 대안들을 복지부가 수용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분만실 등 필수유지 업무는 파업을 하지 않는다"며 "노조에서도 응급대기반을 운영하고 있다. 빠르게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나 위원장은 "파업으로 잠시 불편은 있지만 이후 보건의료 체계를 정상화해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니, 많이 이해해주시고 양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노조가 제시하는 정책적 방향성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2026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 전임 정부 때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차관은 "비수도권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으로 추진 중"이라며 "일정을 만들어달라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검토해 보겠다. 다만 공무원이 로드맵을 제시하는 건 예측 가능하지 않은 변수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려면) 재정도 많이 소요가 되고, 결국은 국민들께서 그에 합당한 보험료를 부담하셔야 된다. 이 부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몇 만원씩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올라가는 조치들을 당장 할 수 있다고 노조한테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공공병원들에 대한 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선 "정부는 사실 손실 보상을 충분히 드렸다"면서도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추가지원이 필요한지 여부를 추가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나 위원장은 "저희도 (정부에 이 모든 정책을) 한꺼번에 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단계적으로 하되 이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과 시행시기를 정하란 것"이라며 "지난해 건보 재정이 흑자가 난 이번이 적기라 생각한다. 이제는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인력에 투자해야 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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