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대학병원 파업 첫 날]
수술 하루 만에 퇴원하고 진료 못 받기도
파업에 발길 돌린 환자들 "집에 갑니다"
병원 "환자 피해 최소화 위해 노력 중"
"자발적으로 진료 취소·연기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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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이렇게 일해야 합니다.”
“환자 보호자 쉼터 하나 없는 의료원,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바꿔가겠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건물 앞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원 650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흰 옷에 ‘우리 미래는 우리 손으로’ 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녹색 모자에 붉은 띠를 둘러맨 채 ‘투쟁’을 외쳤다.
이날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참여하는 한 직원은 연단에 올라 “우리 노동자들의 이 목소리는 의료원을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투쟁”이라며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유지,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연단에 오른 직원들의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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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 요구 사안은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 △9.2 노정합의 이행 등 요구 △정당한 보상(임금인상률 10.7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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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하고 오셨어요? 오늘 예약 안하셨으면 파업 때문에 진료 어려워요”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50대 하 모 씨는 “어머니가 감기 기운이 있으셔서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 호전되지 않아서 큰 병원을 가보라는 소견서를 들고 왔다”며 “예약 없이는 오늘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비도 오는데 휠체어를 끌고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갑상선 수술 이후 20년째 국립중앙의료원을 찾고 있다는 또 다른 환자도 파업 현장을 보고 “지난 주에 올 걸 그랬다”며 당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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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센터 인근에는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내시경실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안내 데스크에 앉은 직원도 한 명 뿐이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일하는 직원이 없어서 오늘 오전에는 (소화기센터 관련) 진료나 검사를 아예 안 한다”면서 “내시경 검사나 진료를 예약했던 환자들에게는 미리 안내해 예약 날짜를 싹 다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파업 영향으로 입원 환자들의 퇴원일도 빨라졌다. 지난 12일 요로결석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정 모(59) 씨는 “어제 수술을 했기 때문에 원래 내일까지 입원했어야 하지만 오늘 퇴원하게 됐다”면서 “아무래도 파업 때문에 퇴원 날짜가 당겨지기는 했지만 수술 및 퇴원 과정에서 불편한 점이 따로 없었고, 몸도 괜찮은 상태라 집에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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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환자 이영배(71) 씨는 “원래 오늘 백내장 수술이 예정돼 있었는데 병원 사정으로 수술을 연기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대화나 협상 없이 무조건 파업에 돌입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어 이 씨는 “병원은 환자에게 쾌유의 희망을 전해줘야 하는데 병원 내에 걸려있는 거친 구호가 보기 불편하다”도 말했다. 피부과 진료를 보러 온 김영주(84) 씨도 “(나는) 피부과 환자라 중증 아니지만 암 환자들은 걱정된다”며 “의료 영역에서는 파업 하지 말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보건의료노조 파업의 취지에 동감한다는 환자도 있었다. 이날 병원을 찾은 한 40대 환자는 “요구 사항이 써진 플랜카드를 보니 오죽하면 파업을 했겠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코로나19 때도 의료 인력이 고생이 많았는데 처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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