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적용 대상에 일반 회사의 사업주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다들 알지만,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이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경영책임자 등'도 중처법상 책임을 지는데, 위 '경영책임자 등'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자체장, 지방공기업의 장, 기타 공공기관의 장이 포함된다.
그런데 정말 중처법을 통해 지자체장 등을 처벌할 수 있을까?
중처법 제4조는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5조는 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지자체들에서 안전·보건을 확보해야 하는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도급·용역·위탁 계약을 통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에게 사업을 전적으로 맡긴다. 그런데 이렇게 도급·용역·위탁을 한 경우 지자체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여야 한다(중처법 제5조 단서).
결국 지자체가 도급·용역·위탁을 주었을 때도 시설,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중처법위반으로 지자체장을 처벌할 수 있으므로, 지자체장 처벌 가능 여부는 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해 대검찰청에서 2022년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 따르면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는 유해 위험요인을 제거 통제할 수 있고, 경영적 관점에서 하나의 사업 목적 하에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결정을 총괄하여 행사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시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등이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등에도 비슷한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해석이 위와 같다면 지자체가 자신이 도급·용역·위탁한 사업에 관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한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중처법 위반으로 책임을 지는 반면, 오히려 어떠한 관리·감독도 하지 않은 경우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점이 인정되지 않아 지자체장은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의 방지와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의 제정 취지, 그리고 유사한 규정인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의 개정 취지가 도급인이 위험의 외주화를 통하여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므로 중처법 제5조는 해석상 더욱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
추후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들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으며 속속 이에 관한 법리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나, 도급 등의 사업에 편입시켜 사용된 시설, 장비, 장소 등에까지 경영책임자 등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해야 중처법의 제정 취지에 맞는 운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태영 LKB앤파트너스 변호사 |
양태영 LKB앤파트너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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