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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시위와 파업

"방광암 말기인데 병원 나가라니"...의료노조 파업, 애타는 환자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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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사설 구급차를 통해 입원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고 있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 ″환자분들의 안전과 생명유지를 위해 12일까지 전체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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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퇴원 수속…“갑자기 나가라니 막막”



12일 오후 12시쯤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학교병원. 1층 입원·퇴원 수속 데스크는 퇴원하려는 환자와 보호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퇴원 수속 데스크 앞 좌석 50여개가 가득 차 일부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면도구와 반찬통을 욱여넣은 짐가방도 곳곳에 놓여 피난촌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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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1층에 환자와 보호자가 퇴원 수속을 밟으려고 대기 중이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 ″환자분들의 안전과 생명유지를 위해 12일까지 전체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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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갑자기 퇴원하게 된 환자와 보호자가 캐리어에 짐을 실고 차를 기다리고 있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 ″환자분들의 안전과 생명유지를 위해 12일까지 전체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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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수술을 받고 입원한 지 불과 며칠 만에 퇴원하게 된 박모(62)씨는 “몸도 다 못 추슬렀는데 퇴원 조치는 가혹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의사 소견서를 받긴 했지만 어디 병원으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를 부축해 캐리어를 끌던 아내는 “남편이야 거동이라도 가능하지만, 방광암 말기로 관을 달고 있는 제부가 걱정이다. 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없다”고 했다.

급히 퇴원하게 된 아버지를 데리러 휴가를 내고 왔다는 40대 보호자는 “아버지 몸 상태가 아직 호전되지 않은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도 대장암 수술을 받고 경과를 지켜보던 중 퇴원 권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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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본관 앞에 긴급 퇴원ㆍ전원하는 환자를 이송하려는 사설 구급차와 택시가 줄줄이 서 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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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택시 줄지어…쫓기듯 퇴원



병원 본관 앞 도로는 퇴원 환자를 실어 나르려는 구급차와 승용차로 미어터졌다. 4년 경력인 사설 구급차 운전자 A씨(40대)는 “이송해야 할 환자가 너무 많다. 양산뿐 아니라 창원ㆍ김해 등 가까운 지역 구급차도 여기로 몰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차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 환자도 있다. 간암으로 입원 치료 중이던 남편을 데리고 퇴원하던 정모(65·경남 창녕군)씨는 “교통약자용 콜택시를 불렀는데 대기번호가 32번이다. 일반 택시를 타면 창녕까지 25만원이나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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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1층에 환자와 보호자가 퇴원 수속을 밟으려고 대기 중이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 ″환자분들의 안전과 생명유지를 위해 12일까지 전체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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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갑자기 퇴원하게 된 환자의 보호자가 앱을 통해 특별교통수 콜(교통약자 콜택시)'을 부르고 있다. 이날 퇴원 환자가 몰리면서 대기 32번으로 찍혀 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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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부산시 서구에 있는 부산대학교병원 본원에서도 퇴원 행렬이 이어졌다. 입원환자 11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병원 측 권고에 따라 퇴원했다. 부산대병원 본원은 긴급한 수술 이외엔 모두 다음 주 이후로 연기했다. 본원에선 수술이 하루 평균 90~100건 진행된다.



파업에 병원·환자 모두 멘붕



이 같은 ‘퇴원 행렬’이 발생한 것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3일부터 이틀간 전국 140여곳 의료기관 조합원 4만5000여명이 참가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직종별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하라는 게 이들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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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1층 로비에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하여 정상 진료 불가'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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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낮 12시쯤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갑자기 퇴원하게 된 환자 가족이 카트에 가득 실린 짐을 차로 옮기고 있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 ″환자분들의 안전과 생명유지를 위해 12일까지 전체 입원 환자의 퇴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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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산대병원지부는 양산부산대병원과 본원인 부산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등 인력 3500명 가운데 80%정도가 파업에 참여한다고 병원 측에 통보했다. 이에 부산대병원은 입원 환자 2000명 가운데 중증 환자나 산모 등을 제외한 1500명에게 12일까지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권고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등 조합원 대부분이 파업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다. 전·퇴원 권고는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가능성, 왜?



보건의료노조 파업은 13일부터 이틀 동안이지만, 부산대병원 파업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병원과 노조는 임단협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10% 넘는 임금 인상과 인력 160여명을 충원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비정규직 500여명을 모두 직접 고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 또한 노조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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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경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에 ″총파업 승리! 끝까지 간다!″라고 적힌 노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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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때 전국 국립대학병원 13곳 중 12곳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부산대병원에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장기 파업에 돌입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 폭과 추가 인력 채용 등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범위여서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정규직 전환 논의를 4년 넘게 이어왔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양산·부산=안대훈·김민주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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