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의 모습.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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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최소화하고, 이를 제한할 내부 지침을 제·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 권고에 대해 공수처장과 검찰총장은 불수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일부 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월30일 공수처장·검찰총장·경찰청장에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전이라도,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절차를 갖도록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 등을 제·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공수처와 검찰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후에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 등의 제·개정을 하겠다”고 회신했다.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통신자료 제공 요청을 제한하는 지침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법률 조항의 개정 전이라도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하겠다”면서도 “관련 매뉴얼이나 지침 등 제·개정은 해당 법률 조항의 개정 이후에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공수처는 2021년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등을 수사하며 17개 언론사 기자 70여명과 그 가족, 민간 외교안보 연구소 연구위원 들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했다는 이유로 한 시민단체로부터 인권위에 진정을 당했다. 공수처는 이들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본 뒤에도 조회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두 기관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비밀 보장을 위해 수사기관이 인권위의 권고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개인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알려지고 어떻게 이용되는지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하고 알아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피해자들의 통신자료를 영장 없이 취득하고,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행위는 헌법의 행복추구권, 사생활·통신의 비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보면 2021년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건수는(전화번호 수 기준) 504만456건으로, 국민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요청 문서 1건당 공수처 42.8건, 검찰 10.7건, 경찰 4.2건의 개인 통신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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