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를 비롯한 외교부 당국자들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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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풍선 갈등’으로 급격히 냉각됐던 양국 관계의 해빙 기류가 완연하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방중한 데 이어 지난 주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대화를 이어갔다. 존 캐리 백악관 기후특사도 곧 중국을 찾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미·중간에 지금처럼 잦은 고위급 대화가 이어진 건 처음이다.
지난달 방중한 블링컨 장관은 중국 외교 책임자인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잇따라 회담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만났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블링컨 장관의 방중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할 뚜렷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한동안 막혀있던 고위급 교류와 소통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약 3주만에 옐런 장관이 방중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을 마치며 “(양국간) 문제를 하룻밤에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자신의 방중이 미·중 관계를 보다 확실한 발판 위에 올려놓으려는 노력을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몇 차례의 고위급 대화만으로 미·중관계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는 쉽지 않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미·중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경쟁과 갈등의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갈등을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양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도 안정감을 준다.
냉각됐던 미·중 관계가 전환기를 맞음에 따라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던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베이징을 방문해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과 눙룽(農融)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8월 박진 장관 방중 이후 거의 1년만에 처음 이뤄진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중국 방문이다.
그동안 한·중 외교당국 간에는 고위급 대면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한·중관계가 한껏 얼어붙었던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외교부 고위 관료가 방중한 것은 미·중관계 해빙 기류의 영향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 차관보 방중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간지 약 2주만에 이뤄졌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한국 외교가 대중 관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조만간 박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의 첫 대면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한·중관계도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중간 대화 기류 속에서 한·중관계도 다시 한번 시험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중국도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만큼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려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현 정부에 일관성 있게 대중 관계를 끌고 나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만 바라보며 시류에 휩쓸리듯 대중 외교의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힘들다. 미·중 사이에는 항상 잠재된 뇌관이 있고 그것을 관리할 의지와 역량도 있다. 그 틈새에서 자주적인 외교 노선을 갖지 못한다면 한·중관계는 바람 앞에 놓인 등불이 될 수 밖에 없다. 한·중관계가 미·중관계의 종속 변수가 돼서는 곤란하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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