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스웨덴 가입 반대 따라
美 ‘F-16 판매’ 고리로 승인 유도
에르도안 “EU 가입 길 열어줘야
우리도 스웨덴의 나토 길 열 것”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가기 전 들르는 영국행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브리핑을 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1시간 가까이 한 통화에서 스웨덴의 조속한 나토 가입을 환영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스웨덴 나토 가입을) 성사시켜 보자. 빌뉴스에서 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만나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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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는 헝가리와 함께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스웨덴이 자국에 위협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등 반(反)이슬람 조직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나토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제다.
미국은 튀르키예가 원하는 미국산 F-16 전투기 판매를 고리로 스웨덴 나토 가입 승인을 유도하는 모양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빌뉴스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스웨덴에 나토로의 길을 열 것”이라고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튀르키예는 2004년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은 뒤 2005년 가입협상을 시작했으나, 키프로스 분쟁과 일부 회원국의 반대, 튀르키예 내 기본권 제한 등 문제로 가입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상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만나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한다. 스웨덴은 11~12일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을 확정하는 것이 목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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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녹화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전쟁이 한창인 지금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 만장일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킬 경우 러시아와의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식의 안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미래의 침략을 억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군사 지원, 정보 및 정보 공유, 사이버 지원 및 기타 형태의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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