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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로봇 거리 누빈다… 통신 3사 서비스 상용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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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왼쪽부터) 이상호 KT AI 로봇사업단 단장과 최종석 캠핑톡 대표, 김정환 캠핑아웃도어 대표가 서울 북한산 글램핑장에서 실외 배송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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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가 준비됐다는 사장님의 문자를 받고 냉장고 앞에 선다. 상단에 붙은 QR코드로 배송 주문을 하고 기다리니, 멀리서 깃발을 단 로봇이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온다. 허리에 조금 못 미치는 키의 로봇이 객실 앞에 멈춰서면 곧이어 휴대전화가 울린다. ‘주문하신 상품이 배송되었습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보관함을 열 수 있는 URL이 도착한 것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바베큐를 꺼내고 보관함의 문을 닫으니, 로봇은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KT의 실외 배송 로봇을 도입한 경남 진주의 한 글램핑장 풍경이다.


연내 자율주행 로봇의 보도, 공원 등 통행이 가능해진다.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하 지능형로봇법)’이 개정되면서 자율주행 로봇의 실외 이동 허용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통신 3사의 관련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오는 11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법에 따라 안전성을 인증받은’ 자율주행 로봇에 대해 실외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그간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동차로 분류돼 보도 등을 다닐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받은 우아한형제 등 일부 기업만 한정된 장소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시범 운영해왔다.

이번 개정안 시행에 따라 국내에서도 배송, 순찰, 방역, 안내, 청소 등 서비스 시장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통신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사는 그간 자율주행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투자를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역량을 기반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16억1000만달러(약 2조1075억원)에서 2030년 221억5000만달러(약 28조9944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LG유플러스의 행보가 특히 눈에 띈다. 회사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중단했던 ‘우수사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올해 재개하며, 첫 국가로 일본을 택했다. 로봇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일본에 직원들을 보내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연수에 참여하는 직원 180명은 오는 14일까지 6개 조로 나뉘어 소프트뱅크 자회사 소프트로보틱스가 운영하는 ‘페퍼 팔러’ 카페, 하네다 이노베이션 시티 등을 방문한다. 페퍼 팔러에서는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나른다. 하네다 이노베이션 시티는 자율주행 버스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2020년 8월부터 자율주행 로봇 전문업체 언맨드솔루션과 손잡고 순찰·방역·물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양사는 같은해 9월 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 공장에서 순찰 로봇을 실증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로봇 자동화 플랫폼 운영사인 빅웨이브로보틱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물류 로봇 상용화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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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2020년 9월 자율주행 로봇 전문업체 언맨드솔루션과 현대오일뱅크 충청남도 서산 공장에서 실증한 실외 순찰 로봇./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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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자율주행 로봇 사업에 뛰어든 KT는 지난달 7일 강남구청과 도시형 실외 배송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강남구 곳곳으로 음식과 생필품 등을 배송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지난 3월 글램핑장 운영업체 캠핑아웃도어의 글램핑장, 수영장, 카페 등에 실외 배송 로봇을 시범 도입했다. 이미 실내에서 활용 가능한 배송 로봇, 방역 로봇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KT는 연내 공장용 소형 물류 로봇과 농업용 배송 로봇도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로봇 관제 플랫폼’ 사업에도 도전한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서 이기종 로봇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주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출입문, 인터폰, 냉장·온장 유통체계 등 로봇 사용에 필요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연결하는 ‘로봇 메이커스’를 공개했다. KT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은 현재 수천대 로봇에서 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하며, 일 6000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한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SK그룹 내 보안 기업 SK쉴더스,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함께 순찰 로봇 공동개발 및 사업화 계획을 밝혔다. 정해진 구역을 자율주행하며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특이상황 감지 시 관제센터에 알려 보안요원을 출동시키는 로봇이다. SK텔레콤은 SK쉴더스의 보안 솔루션을 접목한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에 자사 인공지능(AI) 영상인식 및 전송기술을 더할 계획이다.

SK텔레콤·SK쉴더스·뉴빌리티 3사는 최근 순찰 로봇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실증 사업에도 나선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인천대공원 및 강원도 내 리조트 등 5곳에서 총 20대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기간은 오는 8월부터 2년 간이다. 조형준 SK쉴더스 종합기술원장은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본격적인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로봇·기계·운송 담당 연구원은 “국내 통신사들은 로봇 하드웨어 개발보다 LG전자나 뉴빌리티 등 기존 로봇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서비스 제공자 관점에서 로봇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로봇 활용에 필요한 통신과 AI 등 기술 제공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로봇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플랫폼을 제공하고, 기존에 보유한 유통 채널을 통한 로봇 보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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