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대만 문제는 내정"... 한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
외교 소식통 "싱하이밍 막말 사태 일단락은 아니다"
4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최영삼(왼쪽) 외교부 차관보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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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 언급 이후 삐거덕거렸던 한국과 중국 간 관계가 '상황 관리'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거의 1년 만에 열린 한중 고위급 외교 회담에서 양국 모두 이 사안에서 촉발된 갈등을 수습하길 바라는 의중을 피력한 것이다. 최근 "중국 패배 베팅 시 (한국은) 후회할 것"이라고 발언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막말 논란까지 묻어두는 건 아니라는 게 한국 정부 분위기지만, 한중 간 소통을 마냥 미룰 순 없다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이러한 기류는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의 중국 방문에서 감지된다. 지난 4일 베이징을 찾은 최 차관보는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와 잇따라 만났다. 지난해 8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칭다오 방문 때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11개월 만의 고위급 외교 회담이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 출범 이후 한국 고위 외교관의 첫 방중이기도 하다.
"대만 '현상 변경' 반대" 尹 발언 갈등 수습 국면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대만 문제와 관련한 양측의 언급이다. 5일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전날 쑨 부부장은 최 차관보를 만나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 사항"이라며 "한국이 반드시 이를 엄수하고 실천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 차관보도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한중) 수교 이래 변함없이 유지돼 왔고, 앞으로도 이를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측은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 외교부의 보도자료에도 담겼다.
사실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한국 방침은 새롭지 않다. 원론적 입장에 가깝다. 그런데도 새삼 이 원칙을 되짚은 건 다분히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논란 때문이라는 게 서울·베이징 외교가의 공통된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직전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밝혔고, 이는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중국은 심지어 "중·한 관계 악화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동안 한국의 외교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거듭 날을 세웠다. 이번 회담은 결국 한국이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도 이를 수용하면서 갈등을 매듭짓는 자리가 된 셈이다.
"싱하이밍 막말 사태 덮는 건 아니다"
지난달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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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FR)을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나아가 올해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정부의 구상이지만, 중국 역시 미국 주도의 대중 고립화 정책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여지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중 간 대화의 모멘텀이 충분히 조성된 상황이라는 얘기다.
단, 베이징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싱 대사 발언 파문과 관련해선 "그 문제가 일단락됐다고까지 보긴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달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해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이 소식통은 "싱 대사가 한국에서 대사직으로 정상적 활동을 하는 건 이미 힘들어졌다"며 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내년에 정년을 맞는 싱 대사가 올해 하반기에 교체되면 해당 갈등도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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