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문화재청장이 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최근 흥륜사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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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언론에 공개된 흥륜사 주변 출토 유물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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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흥륜사 주변에서 ‘영묘사(靈廟寺)’라고 적힌 기와 조각과 함께 고려시대 공양구 유물 등을 넣은 철솥이 발굴됐다. 흥륜사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으나 ‘영묘사’가 적힌 기와가 수차례 발굴되면서 학계와 지역에서는 흥륜사지가 사실은 ‘영묘사지’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시와 춘추문화재연구원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흥륜사 서쪽에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려시대 사찰과 관련한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의 유적과 청동 공양구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 공양구는 부처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올리고 의식을 행할 때 쓰이는 물건을 뜻한다. 유물이 나온 장소는 현재 흥륜사가 자리한 곳으로부터 약 22m 떨어져 있다.
흥륜사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칠처가람(七處伽藍) 중 하나로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이차돈의 순교로 중창돼(527~544년) 국가 대사찰로 유지되다가 조선시대에 화재로 폐사됐다. 영묘사 역시 칠처가람 중 하나로 선덕여왕 때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는데 조선시대 초기에 폐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현재의 흥륜사지는 일제시대에 비정된 위치인데 향후 기와 등 유물이 더 발굴되면 흥륜사지가 영묘사지로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발굴에서는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함께 담긴 철솥이 발견됐다. 철솥은 지름이 약 65cm, 높이가 약 62cm의 크기로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었다.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확인됐다. 현재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은 모두 54점이다. 일부 유물은 부식돼 철솥 바닥 부분에 붙어 있는 상태여서 정확한 상태가 파악되지 못했다. 앞으로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을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언론에 공개한 흥륜사 주변에서 출토된 철솥. 안쪽에 아직 꺼내지 못한 금강저 등 유물이 보인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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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언론에 공개한 흥륜사 주변에서 출토된 철솥. 발굴 과정에서 철솥이 깨지지 않도록 외부를 석고 재질로 보호한 모습이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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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솥에서 나온 유물들은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 둔 퇴장(退藏)유물로 추정된다. 청동 유물이 일괄로 출토된 사례는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비슷하게 확인된 바 있으나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그 숫자가 월등히 많아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4일 유물이 이관된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일부 유물은 저도 처음 보는 특별한 형상(꽃 모양)”이라면서 “전란을 피해서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주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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