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는 15일까지 선거제 협상을 끝내자고 여야에 다시 한번 시한을 제시하며 조속한 처리를 호소합니다.
김의장이 오늘(4일) 취임 1년 기자회견을 갖는데요.
현장으로 가보시겠습니다.
[김진표 / 국회의장]
나라 안팎으로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로 생업을 위협받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라 경제와 외교도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술 패권과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경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 수준을 고도화하면서 국가 안보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현실적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연금 문제, 기후 문제, 지방 소멸 문제처럼 우리의 미래가 걸린 시급한 국가 과제도 산적해 가고 있습니다.
경제와 민생, 외교와 안보 위기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질서 재편을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사의 대전환기입니다.
앞으로 몇 년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국력을 집중할 때입니다. 소속 정당의 가치와 이해, 여와 야를 초월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정치가 절실한 시기입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백년의 국가 전략을 토론하고 합의하고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온전히 생업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나라 안팎의 상황이 이처럼 절박한데도 우리 정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극한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현행 선거제도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선거제도는 1표만 더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극단적인 승자 독식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1당과 2당의 득표율 차이는 8%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 차이는 2배 가까이 벌어졌습니다. 몇백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선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런 극단적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때문에 우리 정치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적어도 국민 60% 또는 80%가 동의하는 보편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그게 정치의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금 여야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핵심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다가오는 선거에서 1표라도 이기면 된다, 이런 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정치 풍토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사실 여부를 떠나서 거침없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국민 일반의 보편적 지지를 추구해야 할 우리 정치가 열성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팬덤 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년 우리 국회는 이런 퇴행적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습니다.
국회의원 144명이 정당을 초월해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을 만들고 정치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었습니다.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서 의원 100명이 열띤 토론도 벌였습니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했습니다. 언론인 650명의 웹 조사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승자 독식과 극한 대립의 정치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폭넓은 국민적 공감도 이뤄냈습니다.
이처럼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는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법으로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이 이미 세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거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위법사항을 하루속히 끝내야 합니다.
내년 총선을 헌법 정신과 선거법의 취지에 부합되도록 치러내기 위해 다음 주까지 선거법 협상을 끝내고 후속 절차에 돌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며 국민에게 선거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선거법을 둘러싼 위헌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은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회의장은 여야 당대표들도 1:1로 만나 충분히 의견을 나눴습니다.
약속대로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법 협상에 착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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