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에 공공의료는 후퇴
"의료 붕괴 두고 볼 수 없다"
7대 요구 제시…다음달 13일 총파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8일 쟁의조정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사진제공=보건의료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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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그간 산하 지부에서 파업이 이뤄진 적은 있어도 실제 총파업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이었던 2021년 9월 총파업 결의까지 이뤄지며 전운이 고조됐지만, 극적으로 노정합의가 타결되며 철회했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이 모인 만큼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갖는 무게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보건의료노조가 2년 만에 다시 총파업을 예고한 배경에는 우리나라 의료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놓였다는 판단이 있다.
전국 147개 의료기관 대상 노동쟁의신청…6만명 참여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7일 노동위원회에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여기에는 128개 지부 147 개업장이 참가했다. 이는 2021년 당시 124개 지부, 136개 사업장을 뛰어넘는 규모다. 쟁의조정신청에 참가한 의료기관 조합원 수만 총 6만1311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82.6% 수준이다. 참여한 지부도 21개 사립대병원지부(29개 기관)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26개 대한적십자사 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19개 민간중소병원지부, 7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지부와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10개 비정규직지부(16개 기관)로 의료기관 규모와 유형을 총망라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다음 달 12일까지 쟁의조정기간에 핵심요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보건의료노조가 공공의료 확충과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기간 확대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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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가 강경 투쟁에 돌입한 이유로는 눈앞에 현실화한 의료 붕괴가 있다. 노조는 연일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와 필수의료 공백 등은 붕괴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의료체계 현실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의료현장의 인력 대란 상황도 심각해 소아청소년과 진료 단축·폐쇄는 물론 파행진료, 불법의료로 인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명의 간호사가 15명 이상 환자를 돌보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이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는 최전선 역할을 한 공공의료 붕괴가 심각하다고 노조는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도맡았던 공공병원들은 40%대 병상가동률에 머물러 있고, 정부 지원은 끊겼다"며 "회복기 지원과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 대신 병상 축소, 적자 방치, 민간위탁 추진 등 한마디로 토사구팽"이라고 규탄했다.
인력 확충, 간병비 해결 등 7대 요구 제시
노조는 그간 간병비 해결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1대 5 배정,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불법의료 근절과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회복기 지원 확대, 정당한 보상과 임금 인상, 노동개악 저지 등 '7대 요구' 사항을 제시해왔다. 이를 위해 앞서 5월부터 대사용자 교섭과 대정부 협의를 추진해왔지만, 누구도 책임 있는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정부는 인력확충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연구와 시범사업, 제도개선 협의, 이행점검 협의 결과를 무시한 채 '당장 세부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기 어렵다', '시행할 예정이다'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9.2 노정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제도 개선을 발 빠르게 추진하지 않는다면 노사 교섭은 교착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021년 노정합의 당시 노조와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 및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에 합의했다. 노조는 이어 "이는 정부의 약속이었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정책과제에도 포함돼 있다"며 "정부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조는 "사용자와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위기를 넘어 붕괴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해결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의료붕괴에 따른 국민 고통과 피해는 극복될 수 없고,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암울한 미래 때문에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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