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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대법 “파업 손해배상액 산정 때 ‘매출 감소’ 따져야”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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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현대차 노조 손배소 3건 파기환송

경향신문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손해배상 대법원 선고에 따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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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었다며 기업이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사건에선 실제로 매출이 감소했는지 따져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현대자동차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3건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2012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 하청노동자 최병승씨에 대한 불법파견을 인정했으므로 최씨와 지위가 같은 다른 하청노동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는 3건의 점거행위에 대해 각각 노조원들과 노조를 상대로 총 5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현대차와 직접 근로계약에 있지 않은 하청노동자는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생산라인 가동을 정지시킨 행위는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사측 책임을 고려해 배상책임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했지만, 사측이 주장한 손해액 대부분을 인정해 총 4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액 산정을 다시 해야 한다며 세 사건을 모두 파기했다. 대법원이 지난 15일 현대차가 파업을 한 노동자를 상대로 낸 다른 손해배상 사건에서 손해액 산정 방식에 대해 내놓은 새로운 판례를 이 건에도 적용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파업이 기업의 매출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간접적으로라도 증명되면 고정비 등을 파업에 따른 손해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법원은 ‘파업에 따른 생산감소는 곧 매출감소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정을 전제로 고정비 등을 손해액에 포함시켰는데, 이를 깨고 새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법원 1부가 심리를 맡아 주심이 달랐지만, 3부가 내린 판단과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 1부 역시 예약방식으로 판매되는 자동차는 인도일이 다소 늦어진다고 해서 바로 매출감소가 발생하지는 않는 점, 노조 측은 쟁의행위 종료 후 연장·휴일근로를 통해 부족 생산량을 모두 회복했다고 다투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생산지연이 매출감소로 직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 1부는 그러면서 “원심은 부족 생산량이 만회됐는지에 관해 아무런 심리나 판단을 하지 않고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이런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했다.

시민단체 ‘손잡고’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선고 역시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사측 주장만으로 제기되는 손배소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냈다”며 “매출 감소가 실제 있었는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1·2심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인 노동자들에게 과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손배소의 폐해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노란봉투법) 거부권을 고집하는 것은 불법파견 같은 기업의 불법행위를 감독하고 엄당하지 못하면서 노동자의 저항권만 축소하고자 하는 반헌법적 행태”라며 “국회는 불법파견 등 노사문제를 ‘교섭’으로 풀도록 노란봉투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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