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국내 최초 PB(자체브랜드)인 '이플러스'를 부활해 가격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고물가에 가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 할인을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이른바 '10원 전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PB인 이플러스를 26년만에 부활시키고 판매에 들어갔다. 주요 상품은 우유, 어묵, 요구르트, 칫솔, 프라이팬, 휴지 등 식품과 생필품류다. 이번 상품은 기획성으로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
이플러스는 1997년 대형마트 업계 최초 자체 브랜드 상품이다. 우유로 시작해 신선, 가공식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당시 PB는 '저렴하지만 품질은 떨어지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수차례 새로운 PB가 만들어지면서 이플러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현재는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강조한 노브랜드와 피코크가 이마트의 대표적인 PB가 됐다.
하지만 이마트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이플러스를 부활시켰다. 실제로 이플러스 우유의 경우 매일유업이 제조사(900ml 기준 1790원)로, 매일유업이 제조하는 '노브랜드 1A'(2150원), '피코크 에이클래스(2280원)' 대비 200~300원 저렴하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NB(제조사브랜드) 상품 구성을 변형하거나 구성 수량을 늘려 단가를 낮춘 '더리미티드' 시리즈도 시도하고 있다. 더리미티드는 분기별로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필품을 선정해 저렴하게 판매한다. 1차에서는 계란, 햇반 등 주로 식료품을, 2차에서는 가전을 추가해 화제를 이끌기도 했다. 이마트와 삼성전자가 협업한 더 리미티드 일렉트로맨&삼성 비스포크제트 청소기는 기존 비스포크제트 청소기와 성능은 유사하면서도 배터리 수량을 2개에서 1개로 줄여 기존 제품 대비 33만원 저렴한 59만9000원에 판매했다. 다음달에는 3차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 외에도 소포장 PB인 '소소한 하루'를 시범적으로 출시해 연수, 자양점에서 판매 중이다. 1~2인 가구가 부담없이 살 수 있도록 깻잎, 버섯, 대파 등이 소단량으로 포장된다. 하반기에는 전 점포로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포장의 경우 개당 단가는 올라가지만 필요한 만큼의 양만 알뜰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산지 다변화, 유통구조 변화 등을 통해 저렴하게 생필품을 공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PB 사업을 다변화하는 배경엔 쿠팡의 PB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이마트의 대표 PB브랜드인 노브랜드와 피코크 매출은 1조6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쿠팡의 PB 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CPLB의 지난해 매출은 1조3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72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배 뛰었다.
쿠팡은 아마존 PB 사업 출신 인재들을 잇따라 CPLB 대표로 선임하는 등 PB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CPLB는 이달 초 아마존 출신인 산디판 차크라보티 시니어 디렉터, 카이루 유 시니어 디렉터를 신임대표에 선임했다. 2020년 CPLB 설립부터 회사를 이끌어 온 미넷 벨린건 스톤만 대표도 아마존 PB 담당 출신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PB 제품 중 꼭 사야만 하는 '킬러상품'은 드물어 PB 사업 성장은 대부분 전체 매출 성장 속도와 비슷하다"며 "유통시장 경쟁 심화,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전체 매출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만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