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지수 1월 고점 대비 '5분의1 토막'
유가 하락폭도 크지 않아 실적도 바닥
1~4월 화물 수송량 전년보다 0.33% 감소
2분기 영업익, HMM 90%·팬오션은 40%↓
본격적인 해운 불황이 시작된 만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벌어들였던 이익을 재무구조 안정에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 동기(2022년 6월 24일 4216.13) 대비 78.07% 하락한 924.29포인트(P)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2년간 고점인 올해 1월 7일 5109.6P와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이다.
반면 해운사의 운영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가 하락 폭은 크지 않다. 선박에 투입되는 벙커C유(고유황중유 380cst/3.5%)의 올해 평균가격은 65.34달러로 전년 동기(77.68달러) 대비 15.89% 하락한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사들의 실적도 바닥을 찍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 컨테이너 해운사인 HMM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90.97% 감소한 2653억원이다. 벌크선 분야 1위인 팬오션도 전년 동기 대비 46.27% 감소한 12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운임 상승 요인은 없는 상황에서 하락한 유가로 인해 화주들에게 유류할증료까지 강요할 수 없어 해운업계 실적 회복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실제 HMM 등이 6월부터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분량)당 약 250달러를 인상할 것을 화주들에게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동량도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출입 화물수송량은 4억3825만 운임톤(R/T)으로 전년 동기(4억3969R/T) 대비 0.33%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주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운임이 계속 낮아지면서 3분기에는 800선을 찍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큰 이슈가 없다면 운임지수 반등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중소해운사의 손익분기점을 1500P, 중견해운사는 1000P까지로 보고 있다. HMM의 경우 900P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성수기라 불리는 3분기에는 SCFI가 800선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7월부터 미주향, 유럽향 선박에 선적되는 화물들은 이르면 3개월에서, 늦으면 6개월 뒤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 물량이 3분기 선적되는 것이다.
한 해 장사를 책임지는 분기로 이 기간 SCFI가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국내 해운업계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중소해운사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치솟은 운임으로 인해 아시아 역내 그림자 선박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림자선박은 보험을 들지 않은 무보험 선박으로 선주를 파악하기 힘든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불법으로 해상운송업을 하고 있으며, 대신 운임이 저렴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 2년간 역대급 호황으로 인해 쌓아둔 현금이 많아 당장 재무안정성이 위협받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2019년 7조원 수준이었던 HMM의 자산총계는 지난해 기준 약 26조원으로 뛰었다. 팬오션 같은 기간 자산총계가 4조원대에서 7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다행인 점은 지난 2년간 향후 10년을 버틸 돈은 마련해 뒀다는 것”이라며 “시황이 회복할 때까지는 무리한 지출보다는 수익성 제고와 재무구조 안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주경제=김성현 기자 minus1@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