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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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혁신 재창당’ 방침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정의당의 경계를 더 넓게 확장하고, 더 깊게 아래를 향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핵심노선으로 놓고 노동·녹색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사회와 제3세력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기준에 부합하는 세력이라면 통합과 합당을 통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신당 창당 방침도 밝혔다.
정의당은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제3의 정치세력과의 신당 추진안을 결의했다. 당내의 신당 추진 사업단을 이른 시일 내에 구성하고, 9월에서 10월 사이에 당 대회를 열어 구체적 추진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대표는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태섭 전 의원이 추진하는 ‘성찰과 모색’ 등 중도 보수 진영과의 연대에 대해 이 대표는 “그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보여주지 못했기에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는다”며 “안철수·유승민 같은 정치인들도 선거 앞두고 창당했지만, 그분들이 지금 어디에 계신가”라고 말했다. 진보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통합진보당) 분열 과정에서 아픔이 있었다”며 선을 그었다.
금태섭 전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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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정의당 소속인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주장하는 ‘탈(脫) 진보 신당론’과도 거리를 뒀다. 그는 “혁신 재창당은 정의당이 하는 것이지 개별 의원들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당이 결정한 방침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의당 일각에선 “신당 방침은 정했으나 연대 대상이 없고 방향성도 모호한 공허한 상황”(당직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간 당내에서 찬·반이 분분했던 신당 방침이 전국위에서 확정된 건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갤럽 정례조사 기준으로 2019~2020년만 해도 9~10%에 육박했던 정의당의 지지율은, 올해 들어 3~5%를 오르내리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진보당의 원내 진출로 진보층 표 분산 가능성이 커진 게 부담이다. 현행 선거법상 비례의석을 배분받기 위해선 득표율 3%를 넘겨야 한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은 결국 인물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신당 방침을 확정한 이상 결국 선거가 임박하면 금태섭 등 제3지대 정치인들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2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다. 당명은 ‘한국의 희망’으로 정했다. 양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극심한 사회 분열 속에서 진영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민국이 멈췄다”며 “엄청난 물살의 강물을 한번 건너가서 도약·극복·초월해보자는 의미를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3지대라는 단어도 낡았다. 아예 새로운 판을 짜보는 게 목표”라고 덧붙었다. 다만 현역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의 참여 여부에 대해선 “요청한 적도 없고 참여를 확정한 사람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2000년 12월 30일 새천년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 입당 후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왼쪽 셋째)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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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3지대 신당 논의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당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서 제3지대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과거 김종필 총재나 안철수 의원 같은 인지도와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 없어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존재감 때문에 정부 혹은 거대 야당 심판론으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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