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간·콩팥 이상 땐 입원 필요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상태 고려
산모·태아 최적의 분만 시기 결정
권한성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높은 혈압과 신장·간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나면 임신중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정기 진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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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독증(전자간증)은 한순간에 악화해 산모·태아가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진단 시에 증상이 없어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중증이면 반드시 입원이 필요합니다.”
고위험 임신 질환 치료 환경의 저변을 넓혀 온 권한성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고위험임신 클리닉)의 당부다. 그는 임신중독증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질환을 이해하는 환자가 적고, 합병증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많이 만난다며 안타까워했다. 환자가 적절한 입원·약물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 과정이라고 말한다. 임신중독증은 중기(20주) 이후 발생하는 고혈압성 임신 합병증이다. 임신 기간 중 혈압이 상승하면서 산모의 여러 장기와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 초산모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권 교수는 “산전 검사를 받으므로 진단이 늦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반드시 입원이 필요함에도 질환의 중증도를 낮게 평가해 거부하는 산모가 있다. 혈압이 높은 것 외엔 당장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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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중증 진행해 위험
임신중독증은 범위가 넓다. 혈압이 높은 것 외에 단백뇨·폐부종이 있거나 혈소판·신기능·간기능 수치에 이상이 있을 때 진단한다. 권 교수는 “질환 발생 기전의 하나는 자궁에 불안정하게 착상한 태반이다. 태반 쪽으로 혈류 공급이 잘 안 되고, 전신 혈관의 내피세포(가장 안쪽 막) 기능이 떨어진다.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쳐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산모의 뇌·간·콩팥 혈관에 영향을 주면 뇌 경련, 간 손상, 신부전을 유발한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여도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중증 지표가 있으면 입원이 필요한 이유다. 권 교수는 “임신중독증 상당수는 태아의 발육 부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평가하는 초음파 결과도 함께 고려한다”고 말했다.
중증 지표가 있어 입원하면 분만 시까지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받는다. 순식간에 경련, 콩팥·간 기능장애, 폐부종이 올 수 있다. 권 교수는 “입원이 필요함에도 외래에서 진료 보는 것으로만 관리하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갑자기 악화했을 때 손쓸 방법이 거의 없다”고 했다.
임신 23주에 전신 부종으로 건국대병원 고위험임신 클리닉을 찾아온 산모 A씨는 혈압이 약간 높았고, 단백뇨가 있었다. 재생불량성 빈혈로 혈소판 수치가 낮았다. 입원 치료가 필요하단 말에 A씨는 처음엔 망설였지만 입원을 결정했다. 치료 9일째에 A씨에게 폐부종이 왔다. 혈압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160/110㎜Hg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주치의 권 교수는 “임신 28주 이전에 발생한 임신중독증은 이처럼 순식간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A씨는 임신 26주에 분만했고, 아이는 750g으로 태어났다. 권 교수는 “1년 후쯤 아기를 데리고 왔는데 건강하게 잘 컸다. 산모가 당시 입원 치료를 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분만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조산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임신 질환은 방심하는 순간 악화한다. 입원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 적정 분만 시점은 언제인가.
A : “혈압이 160/100㎜Hg 미만이고 중증 지표가 없으면 외래 진찰을 하며 37~38주에 분만 시점을 정한다. 중증 지표가 있으면 입원해 혈압과 24시간 소변 내 단백질 혈액검사 등 전반적인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해 분만 시점을 잡는다. 일반적으로 중증인 경우 34주 이후라면 바로 분만한다. 34주 이전이면 여러 임상적 상황을 고려해 분만 시점을 결정한다.”
Q : 예방적 치료가 있나.
A : “저용량 아스피린은 임신중독증을 40% 이상 예방한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고위험 요소가 있으면 임신 12~28주에 고려하고, 가능하면 16주 전부터 쓰는 것이 좋다는 게 지침이다. 임신 중 약을 먹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 있으나 고위험군에서 임신중독증 예방 효과가 크다. 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이 있었고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만성 고혈압, 1형·2형 당뇨병, 다태아 임신이면 권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아스피린 적응증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없어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Q : 의심 증상은 뭔가.
“즉시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야 하는 증상으로는 ▶부기가 잘 빠지지 않고
▶부은 곳을 눌렀을 때 원래 상태로 빨리 되돌아오지 않으며 ▶소변량 감소
▶우측 윗배 통증 ▶시야 장애와 강도 높은 잦은 두통 ▶태동 감소다.”
Q : 도움되는 식품이 있나.
A : “최근 칼슘 섭취가 임신중독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보고들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1.5~2g 정도의 칼슘 섭취를 권장한다. 산모들이 먹는 종합비타민과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이외에 특정 음식이 질환을 예방한다고 입증된 건 없다. 여러 영양 성분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먹으면 된다.”
고위험 임신 질환 산모는 아기 걱정을 하느라 다른 것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산일 땐 감정적으로 힘들어 우는 산모가 적지 않다. 권한성 교수가 다시 한번 당부한다. “주치의를 믿고 따라오면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습니다. 조산아 치료가 발전해 적절한 주수에 분만시켜주면 예후가 좋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본인의 몸 상태를 잘 살펴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바로 알려야 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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